오피니언 사설

[사설]반쪽짜리 공급 대책이 만든 집값 신고가 행렬

정부의 공급 확대 의지를 비웃듯 서울 아파트 값이 새해 들어서도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올 들어 12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125건 중 52%(65건)가 기존 신고가(新高價)보다 높거나 같은 수준이었다. 특히 강남 3구에서는 신고분의 60% 이상이 역대 최고가에 팔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 주 서울의 아파트 값 상승률 역시 0.07%로 전주(0.06%)보다 오름폭을 더 키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4일 발표한 ‘서울 아파트 6만 3,000세대 시세 변동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당시 6억 6,000만 원이었던 서울의 82.6㎡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기준 11억 9,000만 원까지 올랐다. 노무현 정부 이후 4개 정권에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정부가 ‘특별한 공급 대책’을 예고했음에도 시장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정부의 공급 대책이 숫자 놀음에 불과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허용한 재건축만 하더라도 ‘관제 딱지’를 붙이자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장은 금세 알아차렸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서울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할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시장은 이미 민간 주도의 재건축을 배제하는 그의 정책에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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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부에서 제기된 양도소득세 완화 방안은 신뢰를 더 잃게 만들었다. 양도세 완화를 매물의 물꼬를 틀 기회로 보지 않고 가진 자에게 불로소득을 주는 것으로 치부하니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서랍 속에 다시 들어가고 말았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재건축과 관련한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 족쇄를 풀고 단기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종합적인 공급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반쪽짜리 대책에 머문다면 정부가 예고한 공급 방안은 차라리 내놓지 않는 편이 낫다. 함량이 떨어지는 대책을 마련했다가 봄철 집값만 부추긴다면 이후에는 수습할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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