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새해부터 거세지는 '빚투'...2주간 마통 2만개 뚫었다

증시활황에 억눌렸던 수요 몰려

5대銀 신용대출도 2주새 1.8조↑

정기예금은 두달새 10조 '썰물'

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은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빚을 내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빚투’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새해 2주 동안에만 마이너스 통장이 2만 개나 새롭게 개설됐고 지난 두 달간 신용대출은 7조 원 늘어난 반면 정기예금에서는 10조 원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새롭게 개설된 마이너스 통장은 총 2만 588개에 달했다. 마이너스 통장 잔액도 48조 1,912억 원으로 2주 새 1조 6,602억 원 급증했다.


신용 대출도 급증하고 있다. 5대 은행 신용 대출 잔액은 14일 기준 135조 5,286억 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조 8,804억 원이 증가했다. 증시가 본격 급등세를 보인 지난해 11월 초 이후와 비교하면 무려 6조 6,835억 원(10월 말 128조 8,431억 원→1월 14일 135조 5,286억 원)이나 불어났다. 은행권은 고객들이 받아간 대출금이 주로 주식 투자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생활 자금으로 쓰였을 수 있지만 대출 잔액이 늘어난 기간이 코스피가 급등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은행들이 신용 대출 문을 걸어잠그면서 억눌렸던 수요가 연초 대출 재개와 함께 한 번에 몰리며 나타난 결과로도 풀이된다.



정기예금에서는 돈이 급격하게 빠져나갔다. 14일 현재 5대 은행 정기예금 총 잔액은 630조 9,858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말보다 9조 7,399억 원 줄었다. 정기적금 잔액은 14일 기준 41조 1,940억 원으로 소폭(2,083억 원) 늘었다. 다만 12월 한 달간 전 월말과 비교해 1,067억 원 줄었고 올 들어 14일까지도 1,270억 원이 감소하는 등 줄어드는 추세다. 언제라도 인출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 잔액 역시 603조 8,223억 원으로 2주 사이 11조 7,575억 원 급감했다. 정기예금 금리는 1%에도 못 미치고 적금 역시 높아야 2%대에 머무는 만큼 증시 호황에 올라타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유관 기관의 경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빚투’로 투자할 경우 가격 조정에 따라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너무 과속하면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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