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인 정준영(53·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법조계에서 늘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아왔다.
서울 출신인 정 부장판사는 청량고·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제3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94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전주·인천·서울지법·서울고법 등을 거쳐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정 부장판사는 1997년 서울중앙지법 민사부 수석부장판사 배석 시절 한보그룹과 웅진홀딩스 등 파산 사건의 주심을 맡아 처리했고, 서울회생법원 초대 수석부장판사를 지내는 등 법원 내에서 손꼽히는 '파산·회생' 전문가로 통한다.
그는 새로운 '사법 실험'을 시도하는 법관으로 정평이 나있다. 인천지법 근무 당시 형사재판 제도인 '국민참여재판'을 민사재판에 적용한 '배심조정' 제도를 처음 시행했고, 파산부 시절에는 유동성 위기를 겪는 중소기업에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도입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1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부임한 후에도 새로운 시도는 이어졌다. 그는 형벌보다는 재발 방지나 치료에 중심에 둔 '치료적 사법'을 내세우며 2019년 살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60대 남성의 항소심에서 치매전문병원 입원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선고도 재판부가 병원에 직접 찾아가 진행했다.
최근 정 부장판사의 주요 판결로는 지난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을 꼽을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이 형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공매에 넘긴 검찰에 대해서는 일부 위법하다며 압류 취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수 정준영·최종훈과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의 순위를 조작한 엠넷의 안준영·김용범 PD 역시 정 부장판사의 손에 실형이 선고됐다.
하지만 단연 화두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이었다. 정 부장판사는 2019년 첫 재판부터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 신경영'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고, 삼성에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등을 제안하면서 이를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삼성은 지난해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했고, 특검은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하며 재판부 기피를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면서 파기환송심은 약 1년 4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