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새해 국악연

임재원 국립국악원장





새해를 음악과 함께 맞이하는 것만큼 우리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일도 없다. 오스트리아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에 빈의 유서 깊은 무지크페어아인 극장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등 자국 출신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면서 신년의 기쁨을 관객과 나눈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관객 앞에서 신년 음악회를 개최했으나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사상 처음으로 무관객 온라인 공연으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0개국, 5,000만 명 이상의 사람이 이를 시청했다고 하니 음악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문화는 언제나 환영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1월 초 곳곳에서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데 한국을 대표하는 클래식 연주자와 성악가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아름다운 선율로 무대를 꾸민다. 물론 국악 명인이 협연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연은 서양 음악 위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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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신년 음악회에 초청받아 관람한 뒤 한국의 전통 음악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는 음악회를 구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노력 끝에 지난해 ‘새해 국악연’이라는 이름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소속 4개 예술단이 참여해 품격 있는 아름다운 소리로 새해의 염원을 나누는 행사다. 한국에 주재하는 총 16개국 외교 사절과 9개 외신 매체도 함께했다. 공연 명칭도 단순한 ‘음악회’의 의미를 넘어 국악으로 서로의 정을 나누는 ‘연(宴)’의 뜻을 담았다. 이런 뜻이 전해졌는지 영부인 김정숙 여사도 참석해 함께 인사를 나눴고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미소와 갈채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올해도 ‘새해 국악연’을 선보인다. 코로나19로 한데 모여 인사를 나누기는 어렵지만 오는 22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녹화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악한 기운을 물리치고 경사로운 일을 맞이한다는 ‘벽사진경’을 공연의 부제로 선택했다. 우렁찬 ‘대취타’의 울림을 시작으로 새해 덕담을 담은 ‘비나리’가 공연의 첫 무대를 연다. 풀어서 연주한다는 의미의 정악곡 ‘해령’으로 한 해의 맺힘을 풀어내고, 궁중 연례에서 악귀를 몰아내고 평온을 기원한 ‘처용무’, 액운을 떨쳐내는 ‘살풀이’와 ‘대감놀이’로 새해 희망을 기원한다. 공연의 마지막은 웅장한 국악 관현악으로 국악이 품은 위로와 용기, 위안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21개 무형문화유산 중 국악 관련 유산은 12종목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미 국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소중한 유산이자 우리의 자랑이다. 이 찬란한 유산과 함께 새해를 여는 문화가 오래도록 이어져 많은 관객과 인사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임재원 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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