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정부의 요청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출국을 준비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되면서 이 계획은 무산됐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재판 후 정부 특사 자격으로 코로나19 백신인 노바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출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서울고법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측이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에게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 이 부회장이 협상가로 나서서 물량을 구해오길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이 부회장이 출국 준비 중이었다는 사실이 맞다고 확인했다.
정부는 최근 미국 노바백스의 백신의 도입을 추진해 왔다. 이미 계약이 완료된 4개 백신들과 달리 전통적 백신제조법인 ‘합성항원 방식’으로 만들어져 안정성이 높은데다 상온 보관이 가능해 유통 기한이 길다. 가격도 낮은 편이다.
백신 확보에 몸이 단 정부가 민간 제약사를 앞세워 해외에서 미국의 노바백스 백신 확보전에 뛰어든 가운데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 부회장에 부탁을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같은 요청은 오래전에 이뤄졌으나 재판 일정이 여러차례 연기되면서 해외출장이 재판일정과 맞물리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출장 준비는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그의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어려워진 데 따른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취소된 해외 일정이 한 두 개가 아닐 것”이라며 “그동안 이 부회장이 삼성 뿐 아니라 국가적인 문제에 나서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결해 온 일들이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을 받고 마스크 제조에 필수적인 MB 필터 93톤을 3개월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의 후방 지원 속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공급망 활용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