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에 대한 의결권을 가진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 10월말 LG화학 배터리사업부 분할 안건 의결을 위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LG화학의 물적 분할에 찬성에 의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들은 지난 10월 30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LG화학의 물적 분할 안건에 대부분 ‘찬성’ 표를 던졌다.
운용사들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후 자율적으로 매 분기 또는 매년 의결권 행사 내역을 공시하고 있다. 운용사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내 운용규모나 매출 규모에서 상위에 해당하는 운용사들이 모두 LG화학의 물적 분할에 찬성한 것이다. 당초 반대의견을 낼 것으로 알려졌던 NH아문디는 입장을 번복하며 ‘의결권 불행사’라는 불분명한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은 지난해 9월17일 배터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별도법인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 후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간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사업부 덕에 주가 상승세를 이어오던 LG화학이 물적 분할을 발표하자 악재라는 해석이 힘을 얻으며 지난해 8월 말 76만8,000원에 달했던 주가가 한달만에 60만4,000원까지 추락했다.
당시 개인들은 개인 주주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적분할이 아니라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 분할 방식을 택한 것에 크게 반발했다.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 방식을 택하지 않은 이유가 최대주주인 ㈜LG의 지분율이 희석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반면 LG화학의 분사 발표 후 메리츠증권·신영증권·삼성증권 등은 목표주가를 올렸다. 개인들이 실망에 매도한 물량은 외인들이 받아갔다. 분노한 개인들이 임시주총서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임시 주총까지 한달 간 진통을 이어가던 중 지분 임시 주총 3일 전 LG화학의 지분 10.4%를 보유한 2대 주주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며 임시 주총에서 안건 통과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주총 참석률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77.5%, 찬성표는 참석 주주의 82.3%에 달했다. 전체 주주의 63.8%가 찬성표를, 13.7%가 반대표를 던졌다. 당시 지주사인 LG와 특수관계인이 30.6%, 국민연금이 10.4%, ‘기관’에 해당하는 운용사들이 8%, 개인주주가 1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다. 결과적으로 국민연금과 전체 주주의 3% 남짓에 해당하는 소액주주만 반대표를 행사한 것이다.
다만 이후 주가가 급등하며 주주들의 극심한 반대에 편승해 반대의견을 낸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무색해지게 됐다.
임시주총 당일인 지난 10월30일 61만1,000원에 장을 마쳤던 LG화학은 지난 19일 99만7,000원에 장을 마치며 63.2%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LG화학의 목표가를 140만원으로 설정한 보고서도 나왔다.
반면 이후 주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개인 주주들의 강력한 반발이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도 일제히 찬성표를 던진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일부 행동주의
펀드처럼 기업 경영에 반발해 마찰을 일으키거나 일부 강성 개인 주주의 의견을 그대로 의결권 행사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며 “투자 대상 기업과 의사소통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찬성 결정한 운용사가 대부분이며 이후 주가상승으로 합리적 결정이었음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