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文, 레임덕 길목 3개 징후…외향적 열린 리더십 차기 대권 유리" [청론직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

부동산 대란 등에 지지도 하락·권위 실추 '레임덕' 징조

'나꼼수 내분·孫, 양정철 공격' 등 與분열 예사롭지 않아

경제·안보 성적 부진…인사·정책 등서 과감히 변신해야

지도자의 파도현상…차기엔 시원시원한 인물 선호할 것

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국민들은 외향적이고 열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더 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성형주기자최 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이 2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과 관련해 “국민들은 외향적이고 열린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더 원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성형주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레임덕(lame duck·임기 말 권력 누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지난해 12월 이후 30% 중반대로 떨어진 후 그 언저리에서 주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란과 일자리 문제, 조국 사태 이후의 권력 비리 수사 저지 등이 겹치면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학 권위자인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을 만나 현 정부의 레임덕 현상과 차기 지도자 리더십 등에 대해 들어봤다. 세한대 교수인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은 레임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그 길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레임덕의 5단계 특징 중 세 가지 징후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정부의 성적표에 대해 “경제정책의 결과는 의도보다 더 나빠졌고, 안보 분야에서도 얻은 게 없다”고 분석한 뒤 “정책과 인사 등에서 과감히 변신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경제와 통합을 차기 지도자의 핵심 과제로 꼽은 뒤 “외향적이고 열린 리더십을 가져야 차기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이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레임덕 징후로 볼 수 있는가.


△과거 정권 당시 임기 4~5년 차에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를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졌다고 할 수는 없다. 레임덕 길목에서 위험 신호인 노란불이 켜진 상태이다. 지지율이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오랫동안 견고했던 지지율이 한번 크게 흔들리면 급속히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레임덕 현상에는 어떤 특징들이 있는가.

△나는 ‘레임덕 현상의 이론과 실제’라는 책을 내면서 레임덕의 5단계 특징을 거론했다. 1단계는 대통령 지지도의 지속적 하락이다. 2단계는 대통령의 영(令)이 공직 사회나 정치권에 잘 먹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3단계는 여권 내부의 분열이고, 4단계는 친인척·측근 비리 사건의 연쇄 발생이다. 5단계는 대통령에 대한 차기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시도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조기 레임덕을 잘 차단해왔다. 하지만 조국 사태와 부동산 파동,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등이 1년여 계속되면서 레임덕의 1~3단계 징후가 동시에 나타났다.

-대체로 대통령 임기 4~5년 차에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가 자주 터져 나왔는데.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부에서 권력 투쟁이 벌어지면서 권력 비리 현상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서로 검찰을 활용하고 역정보를 흘리기도 한다. 친인척·측근 비리는 야당이나 언론이 잡아내기가 힘들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이런 비리들이 별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꼼수’ 멤버들 간의 내분, 손혜원 전 의원의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공격, 대선 주자 간 신경전 등 여권의 분열 조짐이 예사롭지 않다. 대통령에 대한 대권 주자들의 차별화가 언제 시작되느냐에 촉각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평가한다면.

△국정 전반에 대해 두루 밝힌 것은 좋았지만 국민의 가슴에 와닿는 강렬한 메시지, 구체적인 정책 발표가 없어서 아쉬웠다. 문 대통령은 큰 흐름을 살피고 따라가는 ‘대세 편승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 조국 사태, ‘추-윤 갈등’, 사면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침묵의 정치를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대통령 의중을 분명히 드러내서 불필요한 갈등이나 소모적 정쟁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와 바람직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인사·통합·경제 등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인사를 잘하면 만사가 해결된다. 능력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호남 출신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초 영남 출신의 김중권 비서실장을 기용해 많은 권한을 준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념과 지역을 초월한 정치를 펴야 통합을 이룰 수 있다. 승자 독식 방식으로 주요 자리를 차지하지 말고 패자도 배려해야 한다. 인사·통합을 잘했다고 해도 경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또 세 가지 과제 수행을 위한 열린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과연 여기에 적합한가.

△문 대통령의 리더십은 인사와 통합 측면에서 가장 많이 비판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의 의사 결정 구조도 친문(親文) 세력을 중심으로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경제 분야에서는 보수와 진보의 평가가 판이한 만큼 평균을 내봐야 할 것이다.

-지도자 스타일 선택의 ‘파도 현상’ 이론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강·온으로 번갈아 바뀐다는데.

△정치심리학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해럴드 라스웰은 대통령의 유형을 내향적인 행정가형과 외향적인 선동가형으로 분류하고 유권자들이 두 갈래의 지도자들을 번갈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거의 이런 흐름을 보여왔다. 따라서 차기 20대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시원시원한 지도자를 원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뜨고 있는 것도 예전에는 좀 답답했었지만 요즘 시원시원하게 목소리를 높여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차기 대선 주자군 가운데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검찰총장,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이 이런 유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내향성의 대선 주자들이 뜻을 이루려면 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변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된 후에는 스타일을 바꿀 수 없는가.


△성격은 바꿀 수 없지만 대통령이기 때문에 변화할 수 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도 매우 폐쇄적이고 옹고집쟁이였지만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라디오에 출연해 ‘노변정담’을 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수많은 편지 쓰는 등 열린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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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 주자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인가.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면 국정 경험, 지지 기반, 시대가 요구하는 스타일(대중심리), 내공 등 네 가지를 갖춰야 한다. 국정 경험은 당 대표, 총리·장관, 국회의원, 청와대 참모,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느냐 하는 것이다. 지지 기반은 지역·이념에 따른 지지층을 확보했는지 여부이다. 20대 대통령의 지도자 스타일에서는 외향적이고 열린 리더십이 유리하다. 내공은 엄청나게 퍼붓는 공격을 버틸 수 있는 배짱·정치력·뚝심 같은 것을 뜻한다. 모두 점수화해 계산할 수 있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정신의 핵심은 무엇인가.

△글로벌 마인드와 대중 친화력이 중요하다. 국경이 없는 시대인 만큼 국제적 안목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들과 수시로 대화하고 소통하는 친화력도 있어야 한다. 유머 감각을 갖추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의 밥 돌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위대한 대통령의 위트’란 저서에서 “유머를 잘 얘기하는 대통령은 모두 성공했다”고 분석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이 가장 유머 점수가 높았고 로널드 레이건,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순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 대통령도 이런 위트를 지녔으면 좋겠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운영 전반을 평가한다면.

△경제 분야에서는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 인상, 임대차 보호법 등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을 강행 처리했는데 결과는 오히려 더 나빠졌다. 안보 분야에서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많은 손해를 감수하며 달려왔는데 얻은 게 없다. 오히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을 36차례나 언급하며 핵 개발을 강조했다. 정치 분야에서는 극단적 국론 분열을 초래한 것이 부메랑이 돼 결국 대통령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는 열린 자세로 인사·정책 등에서 과감히 변신해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지난해 4·15 총선 이후 압도적 과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이 오기와 독주의 정치를 펴고 있는 것 아닌가.

△‘문빠’로 불리는 열성 지지자들은 거대 의석을 여당에 준 것은 강력하게 밀어붙이라는 뜻이라고 보고 있다. 잘못된 해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무후무한 특수 상황에서 야당의 잘못에 대해 질책한 것이다. 여당이 잘해서 박수 쳤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의회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수결과 동시에 소수를 존중하는 협치다.

-‘정권이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생각 때문에 임기 말에 밀어붙이는 것 아닌가.

△과거 대통령들이 임기 말에 그런 논리로 버티다 왕창 밀려난 경우가 너무나 많다. 정권의 친위부대가 더 단단할 것 같지만 오히려 폐쇄적 정치로 사면초가를 초래한다. 그러나 밀리면 그만큼 길이 열리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탕평으로 열린 정치를 해야 해결의 길이 생긴다. 권력형 비리는 영원히 가릴 수 없는데다 임기가 끝난 후에는 더 크게 터지는 만큼 지금 수술하는 게 좋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평가한다면.

△고리타분한 보수 이미지로부터 탈피해야 하는데 아직 미흡하다. 비판을 위한 비판 또는 발목 잡기를 한다는 점도 문제다. 대안 제시 60%, 비판 40% 정도의 비율로 대응해야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대중이 판을 크게 뒤흔들고 국민이 정치를 주도하는 시대가 왔다. 진보도 보수도 광장 정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정치를 모두 다 한다. 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렇다고 대중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돈을 뿌리는 포퓰리즘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도자들은 지나치게 이념에 얽매이지 말고 국가 미래를 생각하면서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오현환 논설위원 hhoh@sedaily.com

He is···.

1960년 광주에서 태어나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와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고려대 연구교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선임 국장,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위원회 실장 등을 역임했다. 세한대에서 부총장을 거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과 한국대통령리더십학회장도 맡고 있다. ‘대통령리더십 총론’ ‘레임덕 현상의 이론과 실제’ ‘참모론’ 등 대통령 리더십 관련 저서를 많이 냈다.

오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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