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발행하는 첫 ESG채권에 1조 원이 넘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특히 장기물인 10년물에 모집 금액의 3배에 달하는 주문이 들어와 발행 금리도 크게 낮췄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가 2,000억 원 규모 녹색채권 발행을 앞두고 진행한 수요예측에 총 1조3,100억 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600억 원을 발행하는 3년물에는 5,400억 원, 700억 원을 모집한 5년물에는 4,400억 원이 몰렸다. 중장기물로 분류되는 7년물(300억 원)과 10년물(400억 원)에도 각각 2,100억 원, 1,200억 원이 들어왔다.
녹색채권은 환경 친화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탄소 중립 그린 성장 전략을 발표하며 친환경에 방점을 둔 ESG경영을 강조했다. 회사는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 자금으로 기존 공장의 탈황 설비와 온실가스, 대기오염 물질 저감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산화탄소를 모아 제품화(탄산칼슘)하는 기술 개발 사업과 메탄올 제조 기술 상용화 등 친환경 신사업에도 힘을 싣는다. 수소 등 차세대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회사는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게 됐다. 이날 현대오일뱅크의 녹색채권 발행금리는 전 구간에서 민평 대비 10bp(1bp=0.01%포인트) 이상 낮게 결정됐다. 장기물인 10년물에 수요가 몰리며 민평 대비 28bp 낮은 연 2.24%로 주문이 마감됐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7년 이상 장기채권의 주요 투자자인 연기금과 보험사들이 탈 석탄 투자를 선언하면서 ESG채권 가운데서도 장기물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매수 주문이 넘치자 현대오일뱅크는 발행 규모를 최대 4,000억 원까지 증액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한편 연초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ESG채권은 1조 원이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정부의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에 발맞춰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날 현대제철도 2,500억 원의 녹색채권 수요예측에 2조7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