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위해 워싱턴DC의 연방 의사당 서쪽 계단에 올랐다. 2주일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해 아비규환이 됐고 1주일 전에는 이를 선동한 책임을 물어 트럼프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곳이다.
국가 분열과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이곳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통합’을 강조했다. 눈발이 흩날리고 바람이 부는 쌀쌀한 날씨 속에 취임식 규모도 방역 및 보안 문제로 축소됐지만 미국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고 뜨거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9분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사당 야외무대에 마련된 취임식장에 등장했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 의원의 사회로 진행된 취임식은 축하 연설과 레이디 가가의 국가 제창, 제니퍼 로페즈의 축하 공연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여사가 든 성경책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연방대법원장 앞에서 취임 선서를 낭독했다. 이 성경책은 1893년부터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라틴계 최초의 연방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앞에서 선서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서 후 ‘통합과 회복’을 주제로 한 취임 연설에서 2주 전 의회 난입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는 하나의 국가가 되기 위해 모였다”면서 “민주주의는 귀중하면서도 부서지기 쉽지만 결국 승리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미국의 신임 대통령은 내셔널몰을 가득 채운 인파를 내려다보며 취임 연설을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약 19만 개의 깃발 앞에서 연설했다. 의회 의사당과 워싱턴기념탑·링컨기념관을 잇는 내셔널몰을 따라 빼곡히 설치된 성조기와 50개 주를 대표하는 깃발이 단합의 메시지를 드러냈다. 코로나19와 의회 난입 사태 이후 폭력 사태 재발 우려로 동원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취임식에 참석한 인원은 1,000여 명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례를 깨고 불참했지만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환송 행사 대신 취임식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