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11월 25일 세 살짜리 소년이 미국 워싱턴DC의 성당에서 거수경례를 올리는 사진 한 장이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다. 당시 비운의 죽음을 맞았던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 도중 아들인 존 F 케네디 2세가 아버지를 떠나보내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었다. 장례식은 백악관에 인접한 성 마태오 대성당에서 열렸다. 케네디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최초의 가톨릭 신자였으므로 그의 장례식은 유족의 뜻에 따라 성당에서 치러졌다. 당시 가족들은 암살 위협을 우려하는 주변의 만류를 물리치고 백악관에서 성당까지 도보로 이동해 고인을 기렸다.
성 마태오 성당은 1840년 신부였던 윌리엄 매튜가 주도해 오랜 공사 기간을 거쳐 1900년대 초반에 완공됐다. 붉은색 벽돌과 대리석을 사용해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졌다. 1979년 미국을 찾은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이곳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국 방문길에 이 성당에서 미국의 반(反)이민 정서를 비판했다. 이 성당은 ‘법조인의 성지’로도 불린다. 매년 10월 첫 번째 일요일에는 판사·변호사 등 법조인을 위한 미사를 연다. 제16대 대법원장 윌리엄 렌퀴스트는 33년 동안 두 번을 제외하고 항상 이 성당의 미사에 참석했고 2005년 그의 장례식도 이곳에서 치러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을 성 마태오 대성당에서 열린 ‘화합 미사’로 출발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 교회에서 예배를 한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가톨릭 신자여서 이 성당을 택했다. 미사에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공화당 측 인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환송식에 불참한 채 바이든의 초청에 응했다. 그동안 극한 대립을 보여왔지만 ‘상식의 끈’을 놓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정신이 엿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통합의 정치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미래를 향해 전진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일 것이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