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035720)의 주가가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다시 뜀박질하고 있다. 실적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서 성장성이 다시 주목받는 아마존·페이스북·애플·구글 등 정보기술(IT) 공룡들과 함께 귀환을 알리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이익 개선이 더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주가의 상승 여력이 있다고 점치는 분위기다. 네이버 카카오 등 기술주가 시장을 또 주도하는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네이버는 34만 3,500원에 거래를 끝내 전날보다 6.51% 올랐다. 종가 기준 최고치다. 장 중 35만 원까지 올라가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카카오도 46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일 대비 1.98% 오른 가격이다. 이 역시 종가로는 사상 최고가다.
국내 증시가 지난해 말부터 보기 드문 강세장을 이어왔지만 네이버·카카오는 일종의 ‘소외주’와 같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무게중심이 점차 경기 민감 섹터로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불거진 테크 기업의 규제 이슈도 투자 심리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에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21일까지 코스피지수가 39.41% 상승하는 동안 네이버 주가는 11.20% 오르는 데 그쳤다. 카카오(37.57%)도 시장 대비 1.8%포인트 수익률이 모자랐다.
하지만 실적 시즌이 다시 찾아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시작은 미국에서부터다. 넷플릭스가 시장을 놀라게 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후 월가에서는 페이스북·애플·아마존·구글 등 팡(FAANG)의 성장성에 다시 시선이 쏠리면서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JP모건도 최근 “FAANG에 대한 피로감을 떨치고 매수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에 힘입어 21일(현지 시간) 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4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크다. NH투자증권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네이버의 이번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129억 원으로 집계된다. 전년 동기 대비 80.5% 증가한 수치다. 카카오도 1,43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해보다 80.4% 늘 것으로 추정된다. 탄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광고·커머스·금융·콘텐츠 등 여러 부문에서 장기적 성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여전히 많다.
최근 수급에서 보면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매수로 강세를 뒷받침하는 양상이다. 외국인은 이번 주(18~22일) 국내 증시에서 네이버를 가장 많이 샀다. 3,636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카카오도 1,214억 원 사들였다. 기관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각각 1,143억 원, 378억 원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주가 상승 여력이 더 있다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목표 주가 컨센서스는 각각 39만 3,958원, 50만 1,440원 수준으로 나타난다. 황현준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적 개선, 보유 지분 가치 상승 등으로 주가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9월 이전의 주도주 중 2차 강세가 나타나지 않은 업종은 소프트웨어가 유일하다”며 “소프트웨어 업종이 다음 순환매 주도주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완기 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