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강남 8학군은 아는데…'1학군·9학군'은 어디? [박윤선의 부동산 TMI]

<25> 원래 6개였던 학군 11개로 세분화

70년대 강남개발로 명문고 강북서 강남으로 이전

2025년 특목고 폐지 발표…봄철 '학군 이사' 늘어날까

/일러스트=진동영기자/일러스트=진동영기자




고위 공직자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이 일며 '은마아파트 테트리스 월세'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명문 학교가 몰려있는 이른바 '강남 8학군'에서 학교를 다니기 위해 학생 9명이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30평짜리 은마아파트에서 월세살이를 한건데요. 방 하나를 쪼개 쓰거나 기숙사처럼 2층 침대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학생 1인당 월세는 100만원에 달했습니다.



위장 전입 논란이 없는 고위공직자 인사 청문회가 어색하게 느껴질만큼, 우리나라에서 '강남 8학군'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심지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죠. 강남 8학군을 비롯해 학군이 좋고 학원가가 잘 형성돼 있는 지역은 주거 선호도가 높아 집값 역시 다른 곳보다 비쌉니다. 이렇듯 특별한 의미를 가진 강남 8학군은 언제부터 8학군이라고 불리게 됐을까요? 8학군이 있다면 9학군도 있을까요? 오늘의 부동산 TMI에서는 학군에 대한 소소한 궁금증들을 풀어 보겠습니다.

◇서울은 총 11학군, '1학군'은 동대문·중랑, 송파는 '6학군' =서울의 학군은 총 11개로 분류돼 있습니다. 1학군은 동대문·중랑 ▲2학군 - 마포·서대문·은평 ▲3학군 - 구로·금천·영등포 ▲4학군 - 노원·도봉 ▲5학군 - 용산·종로·중구 ▲6학군 - 강동·송파 ▲7학군 - 강서·양천 ▲8학군 - 강남·서초 ▲9학군 - 관악·동작 ▲10학군 - 광진·성동 ▲11학군 - 강북·성북 입니다. 특히 강남 8학군은 8학군 내에서도 반포, 서초, 압구정, 개포 지역 일대만을 한정해 가리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군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학군제'는 1973년 '고교 평준화'에서 시작됐습니다. 고등학교 입시 시험을 폐지하고 출신 중학교 인근의 고등학교를 배정받도록 한 것인데요. 맨 처음에는 총 6개 학군으로 편성돼 있었습니다.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지역은 공동학군으로, 나머지 5곳은 일반학군으로 구분했죠. 서울 인문계 고교 87곳 가운데 46개가 공동학군에 밀집돼 있었고 대부분이 이른바 명문학교였기 때문에 학군제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이른바 완전학군제가 시행된 해는 1980년으로, 출신 중학교가 아닌 거주지 인근의 고등학교를 배정하도록 개편했고 공동학군도 폐지됐습니다. 1999년에 현재의 11학군제가 완비되면서 종전까지 8학군에 포함돼 있던 강동구와 송파구가 6학군으로 바뀌고 9학군에 있던 서초구 일부 지역이 8학군으로 포함됐습니다.

서초구 아파트 단지 전경.서초구 아파트 단지 전경.




◇정독도서관·계동 현대사옥, 원래 학교였다고? = 사실 8학군에 원래부터 유명 학교들이 몰려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970년대까지는 명문학교 대부분이 서울의 강북, 종로구 일대에 집중돼 있었죠. 명문 학교뿐 아니라 공공기관과 백화점, 교통망 등 모든 것이 강북에 집중돼 있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오죽하면 당시 정부와 서울시의 지상 과제가 강북의 고질적인 인구 과밀 해소였겠습니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남 개발을 시작했지만 초반엔 반응이 좋지 않았습니다. 서울 토박이들에겐 낯선 한강 이남, 허허벌판으로 무작정 이사가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죠. 그래서 짜낸 방안이 바로 강북 명문고의 강남 이전이었습니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많은 강북 시민들이 강남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성공적이었습니다.

강북 명문고의 강남 이전 1호는 종로구에 있던 경기고입니다. 강남구 삼성동에 3만평이 넘는 부지를 마련해줄테니 이전을 하라는 제안이었는데요. 계획은 1972년 발표됐지만 실제 이전은 4년 후인 1976년에야 이뤄졌습니다. 학교의 역사와 수많은 학생들의 추억이 어린 학교를 옮긴다는데 대한 동문들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정부는 경기고 기존 건물을 부수지 않고 도서관으로 남겨 보존하겠다는 타협안을 내놨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정독도서관입니다. 마찬가지로 종로구에 있던 휘문중고도 1978년 강남 대치동으로 이전을 결정하는데요, 원래 학교가 있던 자리는 현대그룹에 매각해 오늘날의 계동 현대사옥이 됐습니다. 경기고와 휘문중고를 시작으로 1970년대 이후 도심에서 이전한 학교 20곳 가운데 15곳은 강남·서초·송파·강동 등 이른바 강남권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자사고·특목고 폐지…8학군 부활할까 = 우수한 학교, 중산층을 위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들어서면서 강남과 다른 지역의 교육 편차는 날이갈수록 벌어져 왔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신제 강화, 자립형사립고·특수목적고등학교 설립 등의 조치가 이뤄졌고 과거보다는 8학군의 영향력이 덜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였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오는 2025년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을 발표한데 이어 유명 자사고들을 잇달아 지정 취소하면서 8학군이 다시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과도한 걱정이라며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계기로 전체 공교육을 상향평준화 시키겠다는데요. 자녀 교육 목적상 이사가 몰리는 봄 이사철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 치솟는 전셋값과 전세 물량 감소라는 악재까지 겹친 상황에서 과연 학부모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정부의 생각대로 8학군 부활이 '과도한 걱정'인지 함께 지켜보시죠.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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