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역에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려 참가자 약 3,300명이 체포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2018년 연금 개혁 반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23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7일 귀국 직후 체포된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위가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사할린 등 러시아 전역에서 열렸다. 섭씨 영하 50도를 기록한 동부 도시 야쿠츠크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 행렬에 동참했다.
러시아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시위를 허가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로이터통신은 이날 모스크바 푸슈킨광장에만 최소 4만 명이 넘게 모였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무력을 휘두르며 시위대를 해산시켰다. 러시아 현지 비정부기구(NGO)인 ‘OVD-인포’에 따르면 24일 오전 4시 28분(모스크바 시각) 기준 전국 115개 도시에서 참가자 3,29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도 연행됐다가 풀려났다.
러시아는 이번 시위가 명백한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법에 따르면 당국의 시위 금지 명령에 대한 공식 항소는 시위 10일 전까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최 측은 나발니가 17일 체포돼 항소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반발했다. 또한 러시아 당국은 이번 시위로 최소 39명의 경찰이 부상당했다며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러시아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이 러시아 도시 곳곳의 시위 경로를 상세히 공개하며 시위를 조장했다며 해명을 요구했다.
러시아의 강경 대응에도 나발니 측은 다음 주말인 오는 30~31에도 시위를 열겠다며 맞섰다. 국제사회도 러시아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의 레베카 로스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러시아가 수년간 시민사회와 독립 언론을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의 외교 수장 격인 조셉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러시아의 “광범위한 구금과 불균형적인 무력 사용”을 비판하며 25일 EU 외무 장관들과 함께 러시아에 대응할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외무부도 성명을 발표해 “인권을 존중하고 평화 시위 중 구금된 시민을 석방하라”고 러시아에 촉구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