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여의도 구상'이 선거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 구상과 맞물려 여당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개발 공약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당 후보들은 국회의사당 이전 자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의도라는 구체적인 지명과 개발 계획은 시민들의 기대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6일 출마선언을 통해 '21분 컴팩트 도시-여의도' 조감도를 선보였다. 21분 컴팩트 도시란 서울을 21분 내에 이동할 수 있는 21개 권역으로 나눠, 그 안에 직장, 교통, 문화 등을 모두 자급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박 전 장관은 그 첫 번째 사례로 여의도를 선보였다. 여의도는 국회의사당이 위치한 서여의도, 금융회사들이 있는 동여의도로 나뉘는 대표적인 업무 지구다. 박 전 장관은 국회의사당에서 동여의도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지하화하고 이곳에 1인 주거텔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국회가 세종으로 이전할 경우 국회의사당을 콘서트홀로, 국회 소통관을 청년창업센터로 만들고 성모병원 인근은 실버타운으로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드러냈다. 업무 지구였던 여의도를 직장은 물론 주거·의료·문화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만들겠다든 복안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금융도시'로서 여의도의 특성을 살리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아시아의 뉴욕' 프로젝트다.
우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다섯 번째 공약으로 이같은 금융도시 육성 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세계적인 금융기관 아시아 본사가 홍콩에 밀집되어 있는데 지난 홍콩사태로 인해 금융사들이 아시아 본사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 한다"며 "이를 유치해 여의도를 금융허브로, 서울을 글로벌 금융중심도시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 같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다섯 가지 '규제 완화'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범정부 국제금융유치단 구성 △글로벌 금융특구 조성 △금융규제 샌드박스 적용 △현대화된 비즈니스 인프라 구축 △서여의도 고도제한이 그것이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이 '여의도 개발 공약'을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민주당이 국회의사당 세종 이전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7월 김태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 이전'을 쟁점화한 이후 행정수도완성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당력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국회 세종 이전을 완료할 경우 33만㎡에 해당하는 국회의사당 부지는 물론 국회의사당 때문에고도를 제한하고 있는 서여의도 일대가 개발 가능한 공간으로 열리게 된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서는 자신의 청사진을 구현하기에 더할 날위 없는 도화지인 셈이다.
반면 야권은 여의도 개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충청권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는 국회 세종 이전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신환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26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박 전 장관의 여의도 구상을 "위험하고 천박한 여의도 비전"이라고 비판했다. 오 예비후보는 "우리나라같은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과 청와대는 서울에 그대로 두고 국회만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삼권분립 원칙을 위태롭게 하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을 견제할 수 있는 국회 기능이 약해진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여의도 개발 공약이 여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영일 공공소통전략연구소 대표는 “여야 후보들이 다양한 형식의 주택을 풍부하게 공급하겠다는 게획을 밝히고 있지만 이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며 “어떤 지역을 상징으로 삼을 것이느냐가 중요한데, 거점 포인트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서울 여론이 꿈틀거릴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