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을 ‘운행 중이 아니었다’며 단순 폭행 혐의만 적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도로 한복판에서 운전자를 폭행한 50대에게 1심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했다. 신호 대기를 위해 정차 중이던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 운행 중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형을 내린 것이다.
3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박상구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운전자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해 1월 21일 오후 3시께 서울 성동구의 한 도로에서 피고인 A씨는 신호대기 중이던 피해자 B씨의 차량 운전석에 다가가 B씨의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차선에 끼워주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XXX야 평생 트럭이나 몰아 XXX아”라며 욕설을 한 뒤 A씨와 B씨의 차량이 정지신호에 따라 정차하자 차에서 내린 뒤 피해자의 차량으로 다가가 폭행을 가했다. B씨는 치아 2개를 발치한 후 임플란트 시술을 해야 하는 등 180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피고인 A씨에게 적용된 특가법은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를 상대로 폭력 등을 행사해 운전자·보행자 등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처벌하기 위한 법률이다. 일시적으로 정차하는 경우도 포함하며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피해자의 차량에 다가갈 때 B씨에게 계속 주행할 의사가 없었다며 ‘운행 중’인 자동차의 운전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폭행한 장소가 다수의 차량이 빈번하게 통행하는 사거리 도로여서 공중의 교통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장소로 판단했다. 아울러 피해자가 사거리의 정지신호에 따라 잠시 정차했고 신호가 바뀌면 계속해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폭행을 당할 때도 ‘계속 운행할 의사’가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운전자에 대한 폭력행사는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져 심각한 인명 피해 및 재산상 손해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 사건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의 차량 주위에는 다수의 차량들이 운행하고 있어 자칫 대형 교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피고인은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에 대한 실형의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피해 회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