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하던 미얀마 군부가 “헌법을 준수하겠다”며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해 완패한 총선을 부정하며 쿠데타 계획을 밝혔지만 유엔과 현지 외교단이 잇달아 우려를 표명하자 꼬리를 내린 것이다.
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공식 성명을 내고 “군은 미얀마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할 것이며, 법에 따라 행동하겠다”라고 밝혔다. 군부는 또 최근 최고사령관이 했다는 헌법 폐지 발언은 언론 및 일부 단체가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집권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 직후부터 부정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6일에는 쿠데타 가능성을 시사했다. 군 대변인인 조 민 툰 소장은 선거부정 의혹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헌정이 중단되는 쿠데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됐다.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직후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인 것도 긴장 고조에 한몫을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유엔 및 현지 외교사절단이 군부에 자제와 선거 결과 수용을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두자릭 대변인은 성명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모든 관계자에게 어떠한 형태의 선동이나 도발도 그만두고, 민주주의적 규범을 지켜 선거 결과를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과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총선 결과를 뒤집으려는, 미얀마의 민주주의 이양을 지연시키는 어떠한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NLD가 전체 의석의 59%(390석)를 차지하면서 50년 이상 지속된 군부 집권을 종식하고 문민정부를 수립했다. NLD는 지난해 11월 8일 실시된 총선에서도 압승해 ‘문민정부 2기’를 열었다.
그러나 군부는 선거 직후부터 유권자 명부가 실제와 860만 명가량 차이가 있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군부 시절 제정된 헌법에 따라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사전 할당받았고 내무·국방·국경경비 등 3개 치안관련 부처 수장도 맡는 등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