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 제2의 디즈니

오지현 바이오IT부 기자





“한국의 디즈니가 되겠다.”

최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디즈니 추종 선언이 유행이다. CJ(001040)에 이어 빅히트(352820)·YG와 지분을 섞으며 엔터테인먼트로 진격하고 있는 네이버가 그렇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자회사를 출범시킨 KT(030200)가 그렇다. 인터넷 기업부터 이동통신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크리에이터를 보유한 멀티채널네트워크(MCN)까지. 하나같이 ‘제2의 디즈니’를 꿈꾸고 있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포화 상태에 가깝다. 음원부터 OTT, 웹툰과 웹소설까지 복수의 국내 기업이 왕좌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국내 OTT 이용자들은 평균 1.3개의 서비스를 이미 유료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SK텔레콤(017670)이 운영하는 ‘웨이브’는 덩치가 커져 국내 트래픽의 1.18%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일명 ‘넷플릭스법’의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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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에 대한 기대감은 뜨겁다. 국내 디즈니 팬덤은 지갑을 활짝 열고 디즈니의 상륙을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다. 통신 3사가 국내 진출을 앞둔 디즈니플러스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물밑에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 통신사가 디즈니와 계약했다는 추측성 보도가 나오기만 하면 댓글 창에는 “내가 가입한 통신사는 뭐 하냐”는 타박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디즈니의 힘은 원천 지적재산권(IP)에서 온다. ‘겨울왕국’과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아우르는 디즈니의 IP는 대체 불가능하다. 디즈니는 이런 원천 콘텐츠를 ‘원재료’라고 부르고 이를 발굴하기 위한 인적·물적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 플랫폼을 잇따라 인수하며 IP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다. 기업 인수는 물론 오리지널 콘텐츠 발굴과 제작도 비용을 투입하는 투자이기에 당분간은 출혈이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260억 원 규모의 정책 펀드를 조성하고 세액공제·자율등급제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할 콘텐츠 공룡의 등장은 아직 멀었지만 하나만은 확실하다. 대체 불가능한 원천 IP 확보전에서 승기를 잡는 기업만이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살아남는 제2의 디즈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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