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P 플랫폼 ‘위버스’를 중심으로 네이버와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가 4,120억원 규모 공동 투자를 진행 중인 가운데 위버스 운영의 주도권은 빅히트가 행사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비엔엑스(위버스컴퍼니) 경영권의 키를 쥔 2대 주주가 방시혁 빅히트 의장과 어떤 관계인지 주목을 받고 있다. 빅히트와 네이버 모두 해당 주주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투자자와 그의 자금 흐름은 베일에 가려졌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비엔엑스의 2대주주는 최근 보유 주식의 절반인 약 60만4,300주를 네이버에 처분했다. 비엔엑스는 2018년 빅히트에서 물적분할한 자회사로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의 운영을 전담하고 있으며 올해 ‘위버스컴퍼니'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다.
이번 네이버와 빅히트의 거래는 글로벌 팬 플랫폼의 등장을 예고해 관련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가 비엔엑스의 신주와 구주에 각각 3,548억원과 570억원을 들여 투자하면 비엔엑스는 신주 발행 자금으로 네이버의 팬 커뮤니티 서비스 플랫폼 ‘브이라이브(V-live)' 사업부를 약 2,000억원에 사오는 형태다. 신주 인수 가격을 고려하면 네이버가 평가한 비엔엑스의 기업가치는 8,000억원에 이른다.
네이버의 투자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이는 비엔엑스의 직전 2대 주주다. 이 투자자는 지난 2019년 10월 비엔엑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근까지 보통주 123만1,527주를 보유했다. 빅히트엔터에 이은 2대주주지만 아직까지 정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이번 지분 거래의 핵심 참여자이지만 빅히트엔터는 ‘비엔엑스가 비상장사인만큼 2대주주의 신상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네이버도 “이번 구주 거래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가 구주를 약 570억원에 사들인 점을 고려하면 구주 가치는 약 9만700원대로 평가됐다. 비엔엑스의 신주 가격(12만3,108원)보다는 26%가량 낮다. 증자 당시 비엔엑스의 납입자본금은 6억원가량 늘었지만 액면가(500원)를 초과해 유입된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규모에 따라 해당 주주는 적게는 수억, 많게는 수백억원의 차익을 실현했을 가능성이 있다. 증자에 참여한 시점이 1년 남짓한 시간임을 고려하면 자금 회수(엑시트) 속도도 빠르다.
무엇보다 네이버의 투자 후 지배구조를 고려하면 이 주주는 빅히트엔터나 방시혁 의장의 특수관계인일 가능성이 높다. 네이버가 구주와 신주를 확보하면 비엔엑스의 지배력은 49%(348만주)로 높아진다. 반면 빅히트 엔터의 지분율은 42%(300만주)로 낮아지게 된다. 비엔엑스는 향후 빅히트 측(51%)과 네이버(49%)의 조인트벤처(JV) 성격으로 운영되는 구조인만큼 빅히트는 ‘숨겨진’ 주주의 잔여 지분(9%)을 포함해 51%의 지분율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조인트 벤처의 주주는 최소 51%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빅히트는 비엔엑스 추가 증자 계획 가능성을 밝히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빅히트 관계자는 “공시 이외의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51%대 49%의 지분율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비엔엑스의 2대주주가 방 의장 혹은 그 특수관계인이라면 대주주가 회사 이익을 일정 부분 편취한다고 볼 수 있어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돼왔다. 네이버에 이어 빅히트엔터까지 해당 주주의 잔여 지분을 사들일 경우 투자자의 자금 출처와 용처는 더욱 파악하기 어려워지게 된다.
/조윤희 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