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출이 민간 부문 지출을 ‘구축(crowding-out)’하는 효과를 내고 있어 민간 소비와 투자 확충에 초점을 맞춘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따른 적자 국채로 국가 경제적으로 볼 때 4조 2,000억 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경제가 31일 입수한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과 국가 채무에 대한 세 가지 질문’이라는 논문에서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는 “직접적 재정 확대보다는 민간 부문의 소비 확충 및 투자 확대를 촉진하는 선별적이고 간접적인 재정 지원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재정학회장과 건전재정포럼 공동대표 등을 역임한 염 교수는 해당 논문을 오는 2월 5일 한국재정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염 교수는 논문에서 최근 몇 년간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미치는 ‘재정지출 승수’가 낮아져 재정 정책 효과가 급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획재정부는 재정지출 승수를0.3∼0.4 정도로, 한국은행은 이전 지출 승수를 0.2로 각각 산출했다”며 “한국의 재정 승수는 1보다 작고 경우에 따라 0.2 수준의 매우 낮은 값을 가진다”고 말했다. 재정 승수가 0.2라면 10조 원 정부 지출 시 GDP는 2조 원 증가에 그친다.
염 교수는 “지난 1970년 이후 시계열 자료를 통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에는 정부 지출이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민간 소비 및 투자를 구축하는 현상이 발견됐다”며 “정부가 ‘유수(pump-priming) 효과’를 기대하지만 국가 부채만 늘릴 뿐 경기 활성화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2019년과 2020년 추경 편성으로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적시했다. 그는 “2019년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액(3조 6,000억 원)에서 추경의 성장 기여도(1조 9,000억 원)를 빼면 1조 7,000억 원의 순손실이, 지난해 1·2차 추경을 위한 국채 발행액(13조 8,000억 원)에서 성장 기여도(9조 6,000억 원)를 뺄 경우 4조 2,000억 원의 순손실이 각각 발생했다”고 밝혔다. 염 교수는 “과거에는 적극적 재정지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지만 저성장이 일반화하면서 재정지출은 민간 지출을 구축하는 상충 관계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