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2세 승계 작업을 사실상 안정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인의 세 아들 간 ‘교통정리’가 이미 끝나 사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장남 정몽진 회장이, KCC글라스는 둘째 정몽익 회장이, KCC건설은 막내 정몽열 회장이 맡아 경영하고 있다. 2세 모두 각각 ‘회장’ 직함을 달았다.
정 명예회장은 지난 2004년 KCC 보유 주식 중 일부인 77만 3,369주(7.35%)를 세 아들에 분산 증여했고 이 과정에서 정몽진 회장이 KCC의 최대 주주가 됐다. 정몽진 회장은 이후 꾸준히 KCC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18.55%(지난해 3분기 기준)로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1월 KCC에서 KCC글라스가 인적분할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KCC글라스와 계열사인 코리아오토글라스가 합병하면서 3형제간 경영 체제 구도가 확립됐다. 2000년 일본 아사히글라스와의 합작으로 세워진 코리아오토글라스는 국내 자동차 유리 시장의 70%를 차지해왔다.
KCC글라스와 코리아오토글라스의 합병으로 KCC글라스의 최대 주주는 정몽진 회장에서 정몽익 회장으로 변경됐다. 정몽진 회장의 지분율은 16.37%에서 8.56%로 낮아진 반면 정몽익 회장의 지분율은 8.80%에서 19.49%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KCC는 앞서 2019년 세계 3대 실리콘 기업으로 꼽히는 모멘티브를 30억 달러에 인수했다. KCC는 지난해 말 실리콘 사업부를 별도 비상장 회사로 분리해 KCC실리콘을 출범한 데 이어 올 초에는 KCC실리콘을 비롯한 실리콘 자회사들을 모멘티브에 넘기며 실리콘 사업 구조를 재정비했다.
일찌감치 KCC건설을 맡아온 막내 정몽열 회장은 KCC(36.03%, 지난해 3분기 기준)에 이은 KCC건설의 2대 주주다. 정 명예회장은 2016년 KCC건설 보유 지분 전량을 정몽열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처럼 정 명예회장 생전에 이미 세 아들의 사업 분야가 나뉘고 지배 구조 개편이 큰 틀에서 마무리됐기 때문에 별다른 잡음 없이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 명예회장이 생전 보유했던 지분(지난해 3분기 말 기준 KCC 5.05%, KCC글라스 5.41%)의 상속 문제가 남아 있다. 형제간 그룹 내 계열사 지분 정리도 남아 있어 향후 형제간 주식 교환 등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