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079160)가 정부 지원으로 발행한 기업어음(CP) 300억 원 어치를 상환했습니다. 지주사로부터 2,000억 원을 차입하면서 대규모 현금이 유입되자 단기 자금을 갚은 것으로 보입니다. 회사가 1년 내 갚아야 하는 단기성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기준 7,550억 원으로 총차입금의 23.3% 수준입니다.
CJ(001040) CGV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CJ로부터 신종자본차입을 결정했습니다. 차입기간은 30년으로 영구채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대출입니다. 금리는 연 4.55%로 회사가 지난해 말 발행한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과 같습니다. 발행일로부터 2년 후 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이 있고 상환하지 않을 경우 곧바로 금리가 2%포인트 상승하는 조건도 동일합니다. 3년 후에도 상환하지 못하면 매년 0.5%포인트씩 이자율이 오릅니다.
회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유휴자산을 매각하고 일부 상영관 영업 정지, 구조조정 등 여러 자구안을 시행했지만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입니다. CJ CGV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4,4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0% 감소했습니다. 누적 영업적자만 3,000억 원에 이릅니다.
작년 하반기에만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을 통해 3,000억 원의 운영자금을 수혈하는 등 대규모 자본 확충을 이어오고 있지만 손실 폭이 워낙 커 상쇄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신용평가사들은 CJ CGV가 앞으로도 매 분기 1,000억 원을 웃도는 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자본 확충 등 재무적 대응만으론 건전성 제고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016년 터키 법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약 3,500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도 올해 갚아야 합니다. 지난해 말 조달한 현금 대부분이 상환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자금조달에서 중요한 회사의 신용도도 1년 새 A+에서 A-로 떨어졌습니다.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BBB급 강등을 코 앞에 둔 만큼 시장에서의 투자 수요 확보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등급이 낮아지면 채권 가격도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기피하는 신용도입니다. 만기도 짧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CJ CGV는 그룹 지원에 기대는 한편 투자자를 물색해 위기를 타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자체 현금흐름이 나빠진 만큼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구하는 것도 어려운 분위기입니다. 최근까지 국내 사모펀드(PEF)인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투자 협상을 해왔지만 여러 조건이 맞지 않아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CJ CGV의 이번 투자유치 규모는 약 2,000억 원입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