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가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두고 열리면서 소위 ‘퍼주기 법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관련 지원 법안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등의 처리에 힘을 싣는 가운데 국민의힘 역시 이들 대부분의 법안 처리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서울·부산 시민 표심 등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가 모두 처리하고자 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법의 경우 보상 범위에 대한 세밀한 파악도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여 여야가 선거를 앞두고 ‘혈세 퍼주기’를 한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약속한 코로나 손실보상법, 추가경정예산안, 가덕도신공항 건설특별법, 서민금융지원법에 대해 국민의힘도 사실상 찬성 입장을 드러내면서 법안 처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이 추진하는 이 법안들은 이미 임시국회가 열리기도 전에 국민의힘 지도부가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거나 소속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따로 발의한 상태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월에도 ‘코로나 극복 예산 100조 원 편성’을 주장하며 정부의 영업 조치로 인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만 결단하면 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지원법은 홍문표·성일종·이철규·최승재·권명호 의원 등이 줄줄이 소상공인 지원법을, 윤재옥 의원은 소상공인에 대한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또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역시 김 위원장이 부산에서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정무위원회 역시 은행 등에서 출연금을 받아 서민금융지원 재원으로 쓰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쟁점 법안은 손실보상법과 함께 상생 3법으로 묶여 있는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법, 법관 탄핵소추안 등이다. 여당이 추진하는 중점 법안 대부분에 동의하고 있는 형편이다. 만약 여야가 손실보상법을 2월 국회 내에 합의 처리할 경우 최소 수조, 많게는 수십조로 거론되는 소상공인의 손실액과 산출 근거를 한 달 만에 산정해 혈세로 보상하게 된다. 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법안을 넘겼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다만 법안 심사 과정에서 세부 사안을 두고 여야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여당이 협력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법 등 상생 3법을 묶어 처리하기를 원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두 법안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기업에서 세금을 걷어 이익을 분배하는 것이 국가의 시스템인데 자발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이낙연 대표가 이날 교섭단체 연설에 나서 “서민과 중산층의 붕괴를 저지해야 한다”며 상생 3법의 처리를 강조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여당이 지난해 12월 정기국회와 올 1월 임시국회와 마찬가지로 야당을 의석 수로 누른 채 법안을 처리하는 장면이 재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