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얀마 쿠데타로 '中견제' 차질 빚나…바이든 취임초부터 '난관'

美 "제재" 경고했지만 실효성 낮고

미얀마, 中에 경제적 의존도 높아

되레 中에 밀착 가능성 커 '딜레마'

'역내 反中규합 전략' 빨간불 켜져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한 시민이 2일 ‘1년간 국가비상사태와 대통령 권한대행 군부에 권력 이양’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한 시민이 2일 ‘1년간 국가비상사태와 대통령 권한대행 군부에 권력 이양’"이라는 제목의 신문 1면 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갓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중국 견제를 위한 아시아 정책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성명을 내고 제재를 경고했지만 대규모 제재에 나서자니 미얀마가 중국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고 제재의 실효성도 낮아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역내 민주주의 동맹과 파트너를 규합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對)중국 구상이 출범 초기부터 삐걱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규탄하며 “군부가 권력을 즉각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또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 구금된 이들을 모두 석방하고 통신 제한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민주주의 정부 이행에 따라 해제된 제재를 되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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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미국이 대대적인 제재에 나설 경우 고립무원인 미얀마가 중국에 손을 내밀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2015년 미얀마에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미얀마 군부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양국 간의 송유관 연결 등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에 215억 달러를 투자한 제2의 투자국이며 미얀마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교역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월 미얀마를 방문해 인프라 투자 등 33개 협의서에 서명했고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올해 첫 아시아 순방 때 미얀마를 찾았다.

제재의 실효성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미얀마를 오랜 기간 제재해오다 2012년이 돼서야 제재를 완화한 만큼 미얀마에 대한 경제적 영향력이 미미하다. 미국의 미얀마 투자액은 5억 7,400만 달러로 중국 투자액의 3%에도 못 미친다. 미얀마 군부 관계자들이 미국에 재산을 쌓아뒀을 가능성도 높지 않아 재무부 ‘블랙리스트’ 등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중국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나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미얀마 정부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실용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중국은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으로서 미얀마 각 측이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는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미얀마 쿠데타를 강경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미얀마 사태가 미국의 대중국 및 아시아 정책과 맞물려 있는 만큼 중국은 미얀마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은 미얀마를 중국에 밀착시키지 않으면서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며 “이번 사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에 맞서기 위한 새 아시아 전략에서 동맹과 협력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에 첫 주요 시험대가 될 수 있다”며 “견고한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구축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에 중대한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미 외교협회(CFR)의 조시 쿠란츠직 동남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더욱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는 좋은 선택지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수지 고문이 겸임했던 외무장관을 비롯해 문민정부의 장차관을 대거 교체했다. 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전날 저녁 늦게 국영TV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는 한편 군사정부에서 일할 국방부 등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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