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팬데믹 대책, 넘침이 모자람보다 낫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바이든 1,400弗 규모 무상 지원

저렴한 국채금리로 큰 부담 안돼

인플레 위험도 연준이 제어 가능

제한적 부양은 경기회생 기회 날려

폴 크루그먼폴 크루그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형 구제 패키지를 제안하고 나섰다. 포괄적 구제안의 규모가 방대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1조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바이든의 재난지원 패키지는 규모를 축소하라는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4년간 도널드 트럼프 치하에서 재정 적자를 한껏 불려놓은 공화당이 느닷없이 예산 적자를 이유로 3차 부양안 축소를 요구하겠지만 그들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 금융 위기로 휘청이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제안했을 때도 공화당은 예산 적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축소를 외쳤다. 공화당이 경기 부양에 반대한 진짜 이유는 오바마의 정책 성공으로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가 공고해지고 정부의 역할 확대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조 맨친 같은 민주당 상원의원과 래리 서머스를 비롯한 진보 성향 경제 평론가들도 바이든의 제안 중 일부 내용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반대는 광범위한 대상에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1,400달러의 현금 지원에 쏠려 있다.

하지만 이들은 잘못된 질문을 했기에 결과적으로 오답을 내놓은 셈이 됐다. 바이든이 제안한 플랜의 주목적은 경기 부양이 아니라 재난 지원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기승을 부리는 한 미국 경제는 침체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3차 구호 패키지의 목적은 위축된 경제 상황으로 심한 타격을 받은 사회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주된 대상은 실직자 가정, 더 이상의 추가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 경제 봉쇄로 심각한 재정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과 영세 상공인들이다.

패키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가정에 제공되는 무상 지원금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경제 형편이 양호한 미국인들에게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무상 지원금 수혜자 중 상당수가 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론자들의 주장은 옳다. 그러나 이들은 지원금이 포괄적 구제안의 다른 항목들과 충돌한다고 가정하는 오류를 범한다.

미국 정부는 차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 차입 경비에 해당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현재 1% 선을 살짝 웃돈다. 이는 같은 기간에 예상되는 경제성장률에 크게 못 미친다. 의회예산국(CBO)은 달러로 환산된 잠재적 국내총생산(GDP) 가치가 향후 10년간 연율 3.7%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의 차입이 감당할 수 없는 미래의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경제 구제와 관련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달러의 한계는 없다. 대신 정치적인 제약이 따른다. 바로 이 때문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이 충분한 지지를 받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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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대상에 지급되는 1,400달러의 직접 개별 지원금은 두 가지 점에서 이 같은 지지를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첫째, 비상 실업 수당은 팬데믹 피해자들 중 일부에게 지급되지만 개별 지원금은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지원 대상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이 사실이지만 저렴한 국채 금리로 관련 예산의 규모는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둘째, 경기 부양 지원금은 원래 민주당이 제안한 인기 만점의 공약 사항이다. 이처럼 인기 있는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구호 패키지에 포함된 다른 조치들에 대한 지지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

너무 많은 돈을 풀어 결과적으로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타당하지 않다.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고 정상적인 생활이 재개되면 미국 경제는 올해 말쯤 견고한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언젠가 그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경제는 경기 부양 패키지에 포함된 그 어떤 조치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렇게 된다 한들 우리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정한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를 넘어서지 않은 채 팬데믹에서 벗어날 것이고 만약 억제선을 넘어선다 해도 물가 상승 폭은 미미할 것이다. 회복이 강력하고 길게 이어지면 당연히 인플레이션 우려가 나오겠지만 이 경우에도 연준이 금리를 소폭 인상해 물가의 고삐를 잡을 수 있다.

우리는 지난 2009년 경기 부양에서 얻은 교훈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소극적인 부양은 과잉 부양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 극히 제한적인 부양은 경기 회생 기회를 날려버린다. 반면 과잉 부양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은 연준에 의해 쉽게 제어된다.

부양책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소는 신속성, 배분 방식의 단순성 및 일반의 광범위한 지지이지 용도의 순수성이 아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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