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단독 추대됐다. 최 회장은 다음 달 대한상의 회장에 오를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현 정부 들어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 단체로 위상이 높아졌다. 과거 경제 단체의 맏형 격이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박근혜 정부 때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되며 위상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했고 문재인 정부는 각종 공식 행사에 전경련을 패싱하고 있다.
반면 전국에 18만 회원사를 두고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아우르는 대한상의는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경제 단체로 발돋움했다.
최 회장이 차기 대한상의 회장으로 추대되면서 경제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최 회장의 말 한 마디에 더 큰 무게가 실릴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과거 전경련도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고 구자경 LG그룹 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영향력 있는 그룹 총수가 회장을 맡았을 때 전성기를 보냈다.
최 회장이 평소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관심을 쏟는 점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현 정부와의 소통에 유리한 점으로 꼽힌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현직 대기업 총수인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 정부에 쓴소리를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한다. 박용만 현 대한상의 회장은 정부와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기업 규제 같은 이슈가 불거지면 “우리 경제는 버려진 자식”이라는 등 작심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는 데는 박용만 회장 등 주변의 권유와 함께 선친인 고 최종현 회장의 전경련 회장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현 회장은 전경련 회장 시절 김영삼 정부의 재벌 규제 정책에 대해 “에디슨이 전구 만들 때나 하는 얘기”라고 하는 등 정부에 수시로 돌직구를 날렸다. 이후 SK는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최종현 회장은 폐암 수술을 받고 산소호흡기를 단 채 청와대를 찾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지금 경제계, 특히 대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와 여권의 시각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 여당은 대기업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기업 활동을 옥죄는 온갖 규제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반기업 정서가 유독 강한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해야 하는 최 회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대·중·소기업을 아우르는 대한상의 회장이 대기업만 두둔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최 회장은 정부와 협조하면서도 불합리한 기업 규제 정책에 대해서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 경제 단체 수장을 원하는 재계의 바람 또한 새겨들었으면 한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