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펀드를 조성하면서 처음으로 외부와 손을 잡았다. 다소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그동안의 사내 문화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대차는 2018년 처음으로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 나선 뒤 성과를 내면서 투자 펀드 조성 뿐 아니라 투자와 사업화 과정에서도 개방적 자세를 취할 계획이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745억 원 규모의 제로원 2호 펀드를 조성하면서 산업은행·신한은행 등 금융기관과 만도, 동희, 글로벌오토트레이딩, 코리아에프티 등 협력사를 공동 출자자로 내세웠다.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엠엔소프트, 현대트랜시스, 현대오트론, 현대엔지니어링도 참여했다. 2018년 현대차가 제로원 1호 펀드를 만들 때 현대차만 단독 출자한 것에 비하면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지영조 현대차 전략기술본부장은 투자와 사업화 성공 후 재투자 하는 선순환 시스템을 강조했고, 2호 펀드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모빌리티와 수소차 분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다.
현대차는 1호 펀드를 통해 33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는데, 이 중 일부 기업은 2호 펀드의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인공지능(AI)스타트업인 마키나 락스다. 마키나 락스는 생산 공정의 데이타를 분석하며 이 과정에서 머신러닝을 도입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핵심 기술을 갖고 있다.
2018년 현대차 제로원 1호 펀드의 투자를 받은 뒤 현대차 빅데이터실과 신기술의 시장 출하 전 검증작업인 POC(Proof of Concept)을 진행했다. 이후 현대차는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 주도 창업 사업인 TIPS에 마키나 락스를 추천했고, 현대차 스마트팩토리개발팀·현대차 AI 연구실과 POC를 거쳤다. 지난해에는 현대차 자체 벤처투자조직(CVC)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았다. 마키나락스는 세 차례의 POC 과정에서 현대차 제조 공정의 불필요한 작업과 실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투자 수익률 면에서도 마키나락스의 지분 가치가 8배 늘었다.
2호 펀드에서는 1호 펀드의 성공 사례가 된 스타트업 이외에 산업은행이 발굴한 스타트업이나 현대차가 SK텔레콤과 운영하는 모빌리티 스타트업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대상을 찾을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1호 펀드를 운용하면서 투자 뿐 아니라 현대차와 사업화 과정에서 성과가 나타나고 이를 기반으로 추가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면서 “2호 펀드는 계열사는 물론 협력사, 외부 금융기관이 출자자가 되면서 이들을 통해 투자 대상 스타트업을 넓히고 사업화 가능성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