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보건 당국이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승인을 거부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할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대상을 65세·60세 이하로 제한하는 등 효능 논란이 일고 있어 국내 방역 당국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5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심의 결과를 발표한다.
스위스 의약품 규제 당국인 스위스메딕은 3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임상 시험 자료가 부족하다며 사용 승인을 보류(withhold)했다. 유럽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지 않은 첫 사례다. 이에 따라 스위스에서는 연령대와 무관하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들여오거나 접종할 수 없게 됐다.
스위스메딕은 “현재 북미와 남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 결과를 기다리겠다”며 “결과가 접수되면 임시 사용 승인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내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승인 절차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정보를 공유하겠다”며 “우리 백신이 효과적이고 전염병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29일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조건부 판매 승인을 권고하며 고령층과 관련해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일부 국가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접종 대상을 제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독일·프랑스·스웨덴·오스트리아 등은 65세 미만, 폴란드는 60세 미만, 벨기에는 55세 미만에게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1일 1차 자문 기관인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문 자문단’이 ‘조건부 허가’ 및 고령자 접종도 권고하면서 전 연령 접종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다. 당시 자문단은 “임상 시험 참가자 중 고령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 투여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아울러 65세 이상을 포함한 전체 대상자에게서 예방 효과가 확인된 점을 중요하게 판단했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효과와 안전성이 나은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모더나 백신을 고령자에게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는 4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임상 시험 자료에 대해 2차 심사 기구인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 다시 한 번 자문을 구했다. 당초 이날 논의 결과를 발표하려 했으나 회의가 길어져 발표 시점을 5일로 연기했다. 질병관리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000만 도스(1,000만 명분)를 도입할 계획이다. 올 1~2분기에 260만~440만 도스를 백신 분배 국제기구인 ‘코백스’를 통해 먼저 들여오기로 했다. 이날 2차 자문을 거쳐 최종 단계인 3차 자문까지 받은 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종적으로 허가하면 백신은 이달 말께 공급돼 요양 병원·시설 고령자와 종사자 등에게 우선 접종될 것으로 관측된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