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끝자락이 지나고 봄바람이 불어오면 그의 가수인생도 아름답게 꽃피울 줄 알았다. 과거의 잔인한 잘못, 소속사의 감정적 대처, 미온적인 사과까지 모든 악조건이 겹친 진달래의 꿈은 단 하룻밤에 모두 날아가 버렸다.
일생일대 가장 큰 기회였던 ‘미스트롯2’를 자진 하차하고 떠나는 길. 카메라는 그의 마지막 발걸음까지 놓칠 수 없다는 듯 담아냈다. 잔인하리만큼.
4일 방송된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이하 '미스트롯2')의 말미 과거 학교폭력의 가해자임을 인정한 진달래가 하차하는 과정이 공개됐다. 앞서 본선 3차전이 마무리되면서 준결승으로 올라가는 14인 중 하나로 선발된 진달래는 팀미션 멤버 전원이 준결승에 오르자 출연자들과 함께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진(眞)으로 선발된 홍지은이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소감을 말한 ‘하이라이트’가 끝난 직후, 진달래는 마치 드라마의 에필로그처럼 등장했다. 승자와 패자, 성공과 실패의 명확한 구도를 형성하며, 카메라는 펑펑 눈물 쏟아내는 그의 모습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하차에 대한 허탈함일까,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게 된 안타까움일까, 아니면 지난날에 대한 후회일까. 눈물의 이유를 꺼내기도 전 화면은 학교폭력 관련 기사로 가득 채워졌다.
진달래는 “어차피 (경연을)해도 통편집이고 참가자들에게 피해가 가는 거라면 그만하겠다”고 말했다. 준결승전에서 듀엣곡 미션을 함께 준비한 강혜연에게 미안해했고, 둘의 만남을 끝으로 하차한다는 자막이 등장했다. 그가 출연한 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
반전은 그 이후. 진달래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지자마자 카메라는 남은 출연자들을 비추며 마스터들의 선택을 통해 한명의 출연자가 준결승에 추가로 참여한다고 알렸다. 이내 양지은이 등장했고, 그가 지난 경연에서 보여준 화려한 하이라이트가 30초 넘게 화면을 채웠다. 쓸쓸한 발걸음과 화려한 무대가 대조되며 진달래의 빈자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제작진이 진달래의 마지막 모습을 공개하자 다음날인 5일 ‘미화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소재와 과정에서의 자극적인 장면을 피하지 않는 종편의 특성, 시청률 30%를 넘어서는 인기, 가수별 팬덤의 폭발적인 지지까지. 무서울 것 없는 방송사 입장에서 큰 이슈가 될 그의 하차과정을 공개하지 않을 이유도, 그를 미화할 이유도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진달래는 피해자에 대한 사과,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을 담은 멘트나 인터뷰가 아닌 "어차피 해도 통편집"이라는 말과 참가자들에 대한 미안함만 전했다. 당연히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이야기가 등장했고,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은 자연스럽게 다시 불붙었다.
왕관을 쓴 진(眞)의 화려한 모습 이후의 등장, 한 방향에만 치우친 사과와 쓸쓸한 퇴장, 그를 대체할 참가자의 화려한 등장. 단 몇분만에 제작진은 ‘미스트롯2’에서 깔끔하게 진달래를 지워버렸다. 편집은 노련했고, 새 이슈는 그가 벌인 일만큼 냉정했으며, 시청률은 30%를 넘겼다.
/최상진 기자 csj845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