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미국 국무부가 “북한은 불법적인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및 이와 관련한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가 있고 이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위협적”이라며 정면 반박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간) 정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논평 요청에 “북한이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평가하고 동맹·동반자 국가들과 이 문제를 다룰 접근법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도 기존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고수하는 가운데 미국 조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대북정책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한미 간 엇박자가 노출되는 셈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제네바 핵 협상 등에 참여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 담당 특별보좌관은 “문 대통령은 신뢰할 만한(convincing) 증거 없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김정은이 비핵화 추구에 진지하다고 주장했다”면서 “북한과의 조속한 관여를 희망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또다시 그런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을 지낸 게리 세이모어 박사도 “지금은 북한이 핵 포기 의사가 없는 것 같다. 당면한 목표는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는 아직도 있다고 본다”며 “(북한은) 2017년 11월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후 전략적 도발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