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尹 '판사 사찰' 혐의 벗었다...秋 무리한 징계청구 재확인

서울고검 "윤석열 총장 직권남용

법리 검토했지만 혐의 인정 어려워"

尹, 징계 취소소송도 유리한 고지

박범계 "이유 아직 못 읽어 봤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법무부 장관 이임식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른바 ‘판사 사찰’ 혐의를 벗게 됐다. 윤 총장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를 지시했다는 혐의(직권남용죄)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로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재직 당시 판사 사찰 혐의 등을 근거로 윤 총장에 대해 ‘직무 정지’ 징계를 추진한 것은 무리수였다는 평가를 듣게 됐다. 향후 징계 취소소송에서도 윤 총장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9일 “‘재판부 분석 문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무혐의 처분 이유에 대해 서울고검은 “검찰총장을 포함해 문건 작성에 관여한 사건 관계인들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직권남용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다수의 판례를 확인하는 등 법리 검토를 했지만 검찰총장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논란을 초래했던 재판부 분석 문건의 정식 명칭은 ‘주요 특수·공안사건 재판부 분석’으로 특정 사건들을 담당한 재판장, 배석판사 등 30여 명을 리스트로 만든 것이다. 해당 판사들에 대한 세평과 주요 판결 내용, 출신지 등이 담겨 추 전 장관 측은 불법 사찰이라고 규정했다. 당시 법무부는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또한 추 전 장관은 검사징계위원회를 열어 불법 사찰 등의 혐의에 대해 ‘윤 총장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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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법적으로 시비를 밟는 과정에서 추 전 장관 측은 연패했다. 검사징계위에 앞서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의 징계 사유에 대해 모두 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어서 서울행정법원은 법무부의 직무 정지 조치 및 정직 2개월 징계 결정에 불복한 윤 총장의 집행정지 신청도 각각 받아들였다. 여기에 더해 이번 검찰 무혐의 처분까지 내려지면서 추 전 장관은 4연패하게 됐다.

이번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게 된 경과에 대해 서울고검 관계자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등 ‘재판부 분석 문건’에 관여한 사람들을 조사하고 검찰총장에 대한 서면조사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 등 문건 작성 실무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 윤 총장의 부당한 지시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손 정책관은 앞서 법무부 징계위원회 등에서 불법적 세평 수집은 물론 문건을 일선 청에 전달해 사용할 목적이 없었으니 사찰이 될 수 없고 윤 총장의 지시는 법원 인사에 따른 새 재판부들의 재판 진행 스타일을 파악해보라는 것이 전부였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같이 진술했다고 한다. 서울고검 측은 이번 사안을 판단하기 위해 법리 검토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판례마저도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이례적인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번 검찰의 불기소 판단은 향후 윤 총장 징계 취소를 위한 법원 본안 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 측은 본안 소송 변론에서 불기소 결정을 증거로 활용해 징계 사유인 직권남용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본안 소송이 윤 총장 임기가 종료되는 오는 7월 전까지 결론나기 어려워 각하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윤 총장과 법무부 측 소송 대리인 양측 모두 “각하될 경우 징계는 법적으로 인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라 법원의 판단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과의 첫 상견례를 마친 후 퇴근길에서 “(윤 총장 무혐의 처분에 대해) 이유를 아직 못 읽어 봤다”며 “검찰의 의견이니까”라고 말했다.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손구민 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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