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프랑스서 날아온 르노삼성 철수 경고장…쌍용·한국GM도 ‘풍전등화’

르노 부회장 “약속 안지키면 새로운 선택” 영상 메시지

스페인보다 비용 2배…부산공장 생산성 이례적 공개

쌍용차·한국GM도 생산성 위기…외국계 3사 벼랑 끝

르노그룹 프랑스 본사./사진제공=르노삼성르노그룹 프랑스 본사./사진제공=르노삼성






르노삼성자동차 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이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쟁력 향상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파업 절차에 들어간 르노삼성 노조에 대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희망퇴직 등 구조 조정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9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르노그룹 제조·공급 총괄 임원인 호세 비센테 데 로스 모소스 부회장은 이날 부산공장 임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부산공장의 제조원가는 스페인에서 생산되는 캡처와 비교하면 2배에 달한다”며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소스 부회장은 “지난해 부산공장을 방문했을 때 뉴 아르카나(XM3)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력을 향상시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고 르노그룹 최고경영진을 설득해 뉴 아르카나 유럽 물량의 부산공장 생산을 결정했다”며 “그러나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사진제공=르노삼성르노삼성 부산공장./사진제공=르노삼성


르노그룹은 이례적으로 부산공장의 생산 경쟁력까지 공개했다. 부산공장은 르노그룹 내 19개 공장 가운데 생산 경쟁력이 10위에 그쳤다. 특히 생산 경쟁력의 주요 요소인 공장 제조원가 점수가 지난해 기준 19곳 중 17위에 그치는 등 비용 항목의 점수가 저조했다.

모소스 부회장은 “공장 제조원가가 유럽 공장의 2배이고 운송비까지 추가되는 상황이라면 한국 생산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부산공장 임직원들도 느낄 것”이라며 “부산공장은 스페인과 동일한 수준의 공장 제조원가로 뉴 아르카나를 생산해야 하며, 이는 부산공장이 준수해야 할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공장의 서바이벌 플랜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인 만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며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르노삼성은 올해 초 △임원 40% 감원 △남은 임원의 임금 20% 삭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서바이벌 플랜’을 발표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무능한 경영진에 강력한 유감”이라며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모소스 부회장의 메시지를 르노삼성이 경쟁력을 반등시키지 못할 경우 부산공장 생산 물량 감축 등을 통해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풀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동차 판매 위축과 친환경차로의 전환 등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변화를 맞는 상황에서 부산공장이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그룹 차원의 구조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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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고 수입차 판매도 지속 상승하고 있어 르노삼성이 판매량을 증대시키기 어렵다. 결국 르노삼성이 생산 물량을 지키거나 늘리기 위해서는 수출 물량 확대 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XM3가 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XM3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많은 차종으로 르노그룹이 XM3 유럽 수출 물량 전체를 부산공장에 배정한 것은 일종의 기회”라며 “노조의 파업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하고 원가 경쟁력을 회복하지 못하면 르노그룹 입장에서도 실망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한국GM 부평공장./박한신 기자한국GM 부평공장./박한신 기자


르노그룹이 한국에 강력한 경고를 보낸 가운데 한국GM과 쌍용자동차의 운명도 풍전등화다. 한국GM과 쌍용차 모두 높은 인건비, 판매 부진 등으로 인한 적자 수렁에 빠진 데다 미래차 준비까지 미진해 앞날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인도 마힌드라는 거액의 손실을 감수하고 쌍용차에서 손을 뗐고 최악의 경우 GM도 한국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GM과 쌍용차는 수년째 적자 행진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0월만 하더라도 흑자 전환 가능성이 나왔던 한국GM은 노조의 파업으로 7년 연속 적자가 사실상 확정됐고 쌍용차는 지난 2017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다.

이러한 가운데 GM은 이미 기업 경영의 축을 전기차로 돌렸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2일 CES 2021 기조연설에서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분야에 270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자하고 새 전기차 모델 30여 종을 출시하겠다”고 했다.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의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하는 게 GM의 목표다. 이 계획 어디에도 한국GM의 역할은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한국GM에는 내연기관 차량만이 배정돼 있을 뿐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사진제공=쌍용차쌍용자동차 평택공장./사진제공=쌍용차


쌍용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에 들어갔지만 ‘마힌드라·산업은행·HAAH오토모티브·쌍용차’ 4자 협의체가 어그러지며 매각 협상은 안갯속이다.

쌍용차는 마지막 카드로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을 꺼내 들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로라면 ARS 프로그램이 끝나는 이달 말 쌍용차의 회생절차 돌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완성차 3사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GM과 르노삼성의 경우 글로벌 본사가 인정할 정도의 생산 경쟁력 회복이 시급하고 쌍용차 역시 임금 대폭 삭감 등 노조의 결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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