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도 업무를 이어나가야하는 요양병원 종사자들이 과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에 대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업무량이 과도하게 늘어난 상황에서 설 연휴까지 편히 쉬지 못하고 ‘코가 찔리는' 고통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요양병원 종사자의 노동 환경 개선 문제 역시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요양병원 업계에 따르면 일반 병원과 달리 주 2회 씩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하는 다수의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설연휴에도 검사를 받아야 하는 처지다. 보통 요양병원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 연휴까지 주 2회 검사를 실시해야하는데, 설 연휴에 쉬고 업무에 복귀하려면 코로나19 PCR 또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1주일에 총 4회까지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펼쳐진다. 설 연휴 중간에 당번일 경우를 가정하면 설연휴 전 8일~10일에 2회 검사를 받고 설 연휴 중간 당번을 위해 휴가 기간에 1회, 또 설연휴가 끝나고 업무 복귀 전 1회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업계 종사자들은 “연휴 기간 해당 지역을 벗어나는 사람에 대해서만 검사하면 되는데 저건 빨간 날에 쉬지 말라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면회 금지에 따라 주기적으로 환자와 가족 간 영상통화 연결은 물론 단체 요양병원 프로그램도 소규모로 잘게 나눠져서 업무량이 증가한 상태다. 주 2회 씩 검사를 하면 간호 인력이 검체통 포장 후 보건소 보내기까지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A(30대) 씨는 “매주 화 금으로 정해서 검사를 하고 있다가 설 연휴를 앞 두고 월 수로 바꿨는데 갑자기 보건소에서 그 것 외 별도로 또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며 “요양병원에서 일 하는 게 죄같다”고 하소연했다.
요양병원 종사자들이 특히 참을 수 없는 점은 코로나19 검사 과정에서 수반되는 물리적인 고통이다. 요양병원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처음에는 양성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코 찌르는 것만 생각하면 너무 하기 싫다”는 취지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실제 요양병원 검사 주기는 2주에 1회→1주 1회→1주 2회 등으로 그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최근 몇달 동안 의료기관 집단감염의 70% 비율을 차지했던 요양병원이 일반병원과 달리 노인들이 입원해 '취약시설'로 분류된다는 이유다. 전국요양병원협회 관계자는 “1주일에 몇 번 씩 코에다 깊숙이 꽂아서 검사받는 부분을 다들 너무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 요양병원 종사자들이 힘들어 하는 부분은 사생활 침해다. 요양병원 종사자들은 단지 취약시설이라는 이유로 개인 동선을 일일이 관할 보건소에 보고해야 한다. 어르신들 눈치에 상사 눈치도 보려면 ‘만능인’ 돼야하지만 월급은 적은 상황에서 인권 침해 소지까지 있어 퇴사자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마감되는 ‘요양병원 주2회 코로나 선제검사 및 동선파악에 대한 최소한의 인권보장과 함께 휴무일을 보장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글에는 1만 6,000여 명이 청원에 동의한 상태다. 청원인은 “요양병원 종사자는 퇴근후 동선파악까지 하는 실정”이라며 “환자들의 개인적인 심부름 등 모든 것을 근무자가 감당하고 있다. 요양병원을 떠나는 종사자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