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매출 13조의 쿠팡, 뉴욕 입성 이끈 '직매입 매출'

2015년부터 본격 직매입 전략 내세워

5년 새 매출 '13배'…美 증시 입성 눈앞

김범석 의장 주당 29표 행사 가능

지분율 낮아지는데 따른 방어 장치도







쿠팡이 미국 증시에 입성하는 데에는 한 해 매출이 13조 원에 이르는 등 외형 성장이 한 몫 했다. 쿠팡 스스로가 눈 앞의 이익보다는 성장성에 방점을 두겠다고 현지 투자자들에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쿠팡의 매출 성장은 수수료 중심의 사업구조를 직접 물건을 파는 ‘직매입 매출’으로 변화시키면서 시작됐다. 매출원가가 높아져 수익성에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성장성 만큼은 확실히 보여준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약 119억 달러(13조 2,478억 원)다. 이 중 직접 보유한 재고를 고객에 판매해 발생하는 매출은 약 110억 달러(12조 1,770억 원). 나머지 9억 달러(1조 209억 원)는 쿠팡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로부터 얻은 수수료 수익 등으로 구성됐다. 쿠팡이 직접 물건을 매입해 소비자에 판매하는 직매입 매출이 압도적인 사업구조다.

실제 플랫폼 이용자에 받는 수수료만을 매출로 인식하는 수수료 매출과 달리 직매입 매출은 판매 금액 전액을 매출로 집계할 수 있어 외형 성장을 보여주기 용이하다. 다만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매출원가가 발생하고 재고도 이커머스 업체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 실적이 늘어나는 만큼 매출원가도 늘어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 확보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이 2015년 보다 13배 가량 늘었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한 이유를 이 같은 전략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2020년 쿠팡 매출 구성 등 실적 현황2020년 쿠팡 매출 구성 등 실적 현황



쿠팡이 이 같은 사업구조를 창업 초창기부터 적용한 것은 아니다. 2013년 쿠팡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매출 478억 원 중 직매입 매출은 56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400억 원이 넘는 매출은 수수료 등으로부터 나왔다. 2014년만 해도 직매입 매출 1,949억 원, 수수료 및 기태 매출 1,536억 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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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매입 매출 중심의 경영이 본격화 된 것은 2015년부터다. 당시 매출 1조 원을 넘어서면서 티몬 및 위메프 등을 제치며 압도적인 이커머스 강자로 올라선 시기다. 이 해 쿠팡의 매출은 1조 1,33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외형 성장은 직매입 매출의 확대로 가능했다. 9,904억 원 가량이 직매입 매출로 집계됐으며 수수료 등 기타매출은 1,434억 원에 그쳤다. 2014년 로켓배송 등 직접 재고자산을 확보, 소비자에 판매한 전략이 자리를 잡은 시기다.

IB 업계는 쿠팡의 직매입 매출 전략이 기업공개(IPO) 등을 고려할 때 성공적이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얼마간의 이익을 내는 것보다 압도적인 실적 성장세를 내세우는 것이 미국 투자자들의 투심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쿠팡이 상장 이후에도 외형 성장을 위한 경영 전략을 당분간 계속 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증권신고서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단기적인 재무 성과를 포기할 것”이라고 했다. 한 IB 관계자는 “(쿠팡의 주요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당장 얼마의 이익을 중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외형 성장(매출 증가)에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뉴욕 증권시장 투자자 역시 비슷한 시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상장에 성공하면 김범석 의장의 주식은 의결권에서 29배 가치를 갖는다.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다. 쿠팡은 A급 보통주와 B급 보통주 두 가지를 보유하고 있다. 등급 A 보통주는 주당 1표, 등급 B 보통주는 주당 29표를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러한 이원구조는 김범석 의장에게 투표권을 집중하도록 해 놨다.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


김민석 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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