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시론] 머스크와 암호화폐

송수영 중앙대 재무금융 교수·한국FP학회장

암호화폐 어떤 가치도 보증 안해

비트코인 매입은 자금세탁 등 수단

대부분 개인 투자자는 정보 부재

머스크, 상승 유도 선행 매매한 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 시간) Ð로 표현되는 ‘독지코인’을 아들을 위해 사들였다고 밝혔다. 도지코인은 인터넷에 떠도는 ‘시바견 짤(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바탕으로 2013년 제조되고 장난삼아 유통이 시작된 암호화폐다. 하지만 머스크의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16% 상승했다. 이로써 지난달 0.0075달러(8.3원)였던 도지코인 가격은 0.085달러까지 치솟았다.

머스크는 최근 비트코인으로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지난달에는 테슬라가 15억 달러나 되는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그리고 조 바이든 정부에서 취한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하는 대규모 재정 확대 정책이 그 배경으로 보인다. 머스크의 행보에 비트코인은 11일(현지 시간) 4만 4,899달러까지 치솟았다.

암호화폐가 과대한 가격 변동성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제행위(생산과 투자)의 대상으로 부각하고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의 본질과 작동 기제를 올바로 알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는 컴퓨터 저장기판(메모리칩)에서만 존재한다. 전자 문서 파일도 이 점에서는 똑같지만 프린터를 통해 종이로 뽑을 수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보거나 만질 수 없다. 화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화폐라는 이름을 부여해 사람들을 현혹하는 ‘짝퉁 화폐’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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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은 경제행위 주체인 사람이 소비를 통해 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에는 그 같은 가치가 없다. 암호화페의 유일한 가치는 나는 소비할 수 없지만 미래에 누군가는 원할 것이라는 교환가치가 유일하다. 하지만 미래에 암호화폐를 사는 그 누군가도 그 이후 암호화폐를 매입할 또 다른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 암호화폐는 이러한 행위를 무한반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존재다.

혹자는 국가가 발행하는 법정화폐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법정화폐는 궁극적으로 그 가치를 국가가 보증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이러한 보증이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엄청난 양의 전기를 사용해 단순하지만 오래 걸리는 연산을 열심히 한 것이 증명하는 행위(Proof Of Work)일 뿐 어떤 가치도 보증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품 판매 대금으로 비트코인을 받는 것은 실체 없는 그림자와 물물교환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머스크는 창의적 사업을 하지만 우주여행 같은 투기적 사업도 한다. 그가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은 이러한 투기적 기질을 보여준다.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비트코인 매입은 미국 달러화의 가치 하락(인플레이션)에 대한 위험 헤지 행위이면서 조세 회피를 위한 자금 세탁 수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머스크가 테슬라를 구입할 때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한다고 하니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은행 등 기관투자가들까지 가세하면서 마치 암호화폐의 미래가 밝은 듯이 보이기도 한다.

이익 극대화를 탐욕스레 좇지 않아도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부족한 재력, 낮은 인지도, 정보 부재, 오역과 오판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을 악용한 셈이다. 그는 비트코인 관련 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함으로써 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선행 매매를 한 셈이다. 또 테슬라의 비트코인 보유 정보를 알고 있으니 이는 내부자 거래에 해당된다.

17세기 튤립 버블은 구근의 분할로 복제가 가능하다는 과학적 증명으로 폭락하고 사라졌다. 튤립 구근은 그래도 실체가 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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