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올 1.5% 상승 예상했던 한은 "유가 탓 전망 상회 가능성"[인플레 경고등]

전셋값 상승률 2년3개월來 최고…주거비용 부담도 커져

전문가들 "백신 접종 활발해지면 인플레 압력 강해질수도"

유가에 이어 대두,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가공식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6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이 전주보다 10%나 가격이 오른 두부를 고르며 망설이고 있다. /성형주기자유가에 이어 대두, 옥수수 등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국내 가공식품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16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이 전주보다 10%나 가격이 오른 두부를 고르며 망설이고 있다. /성형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대규모로 풀린 시중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전월세 가격에 ‘밥상물가’마저 무서운 기세로 오른 상태에서 급등한 국제 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될 경우 체감물가는 물론 지표물가 상승을 이끌며 인플레이션 심리를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한국은행은 지난 1월 수입물가지수가 100.74로 전월(98.02)보다 2.8%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이은 2개월 연속 상승이다. 두바이유가 한 달 만에 10%나 상승하는 등 국제 유가가 뛰어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휘발유(-8%), 경유(-11.2%) 등은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이달 들어 국제 유가 상승 폭이 확대된 만큼 플러스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강환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 상승은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준다”며 “2월 12일까지 원자재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로도 플러스 전환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물가 역시 약간의 시차를 두고 상승세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0%대를 나타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부터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각각 1.0%, 1.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은 내부에서도 이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에 넘치는 돈도 물가 상승을 부채질한다. 한은에 따르면 시중 유동성을 나타내는 광의통화(M2)는 지난해 6월 말 3,077조 3,000억 원에서 11월 말 3,183조 5,000억 원으로 106조 2,000억 원이나 늘었다. M2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12월까지 6개월 동안 120조 원에 가까운 유동성이 늘어났을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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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에서는 이 같은 물가 상승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가 팽창되는 ‘리플레이션(Reflation)’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밥상물가에 이어 휘발유 등 공산품 가격마저 오를 경우 착한 인플레이션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 이미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및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농사일에 투입되는 외국인 인력 부족 문제로 농축수산물 가격은 한 달 만에 10%나 뛰었다. 주거 비용 상승도 가파르다. 지난달 집세 물가는 부동산 시장 불안으로 0.7% 올랐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농축산물 가격 및 주거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게 상승했다”며 “2월 수치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을 위한 추가 돈 풀기는 규모에 따라 리플레이션을 인플레이션으로 바꿀 수 있다. 특히 4차 재난지원금은 여전히 국채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원 대상을 3차 때보다 늘려 15조~20조 원가량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대 20조 원의 국고채가 추가 발행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다. 한은이 시장의 예상대로 국채의 3분의 1가량을 단순 매입한다고 해도 15조 원에 가까운 추가 발행 물량은 금리를 자극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그동안 눌려 있던 수요가 터져나오면서 시중 유동성과 맞물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글로벌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많이 풀고 금리를 낮추면서 물가 상승률이 추가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특히 백신 접종이 활발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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