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옆걸음





이정록




전깃줄에 새 두 마리

한 마리가 다가가면 다른 한 마리

옆걸음으로 물러 선다 서로 밀고 당긴다

먼 산 바라보며 깃이나 추스르는 척

땅바닥 굽어보며 부리나 다듬는 척

삐친 게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거다

작은 눈망울에 앞산 나무 이파리 가득하고



새털구름 한 올 한 올 하늘 너머 눈 시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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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 가득 콩당콩당 제 짝 생각뿐이다

사랑은 옆걸음으로 다가서는 것, 측근이라는 말이

집적집적 치근거리는 몸짓이 이리 아름다울 때 있다

아침 물방울도 새의 발목 따라 쪼르르 몰려 다닌다

그 중 한 마리가 드디어 야윈 죽지를 낮추자

금강초롱꽃 물방울들 땅바닥을 적신다

팽팽한 활시위 하나가 하늘 높이

한 쌍의 탄두를 쏘아올린다

새들도 밀당을 한다구요? 다가오면 물러나고, 물러서면 다가가야 한다구요? 한 줌도 안 되는 것들이 공부는 안 하고 어느 방앗간에서 연애를 배웠을까요? 물러서도 안 다가오면 어쩌죠? 다가와도 안 물러서면 매력 없어 보일까요? 적당히 속 태우고, 적당히 애태우며 마음을 고조시키는 거라구요? ‘적당히’가 도대체 몇 센티죠? 사랑은 마주 보는 게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거라구요? 지하철 좌석을 나란하게 만든 까닭이라구요? 닳고 닳은 수작, 신선하지가 않네요. 명절 연휴라 승객도 드문데 옆걸음으로 두어 칸 건너 앉으시죠. <시인 반칠환>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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