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 시간) 나온 1월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5.3%나 급등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가량을 차지합니다.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소매판매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의미가 있는데요.
이에 맞춰 물가도 계속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1.3% 올라 2009년 1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는데요. 이 때문에 월가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부양책이 추진되면 미국 경기가 과열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지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분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없을 겁니다. 다만 지금 상황은 향후 경기와 증시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만큼 시장의 생각을 전해드립니다. 5만2,000달러를 돌파한 비트코인을 대하는 3사의 분석도 알아보겠습니다.
600달러 현금지급의 힘…소비·생산·고용 모두 좋아져
우선 1월 소매판매 증가의 주요 원인은 600달러짜리 현금수표에 있습니다. 로버트 로제너 모건스탠리 선임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초에 지급된 1인당 600달러 수표를 거론하면서 “부양책이 지난 겨울의 감소세를 뒤집는데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소비 증가는 광범위하게 이뤄졌습니다. 전자기기가 14.7%나 폭등했고 가구(12%), 온라인쇼핑(1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음식점과 술집도 6.9% 늘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1월 소매판매가 1.2% 증가했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예측이었지만 5.3%나 증가하면서 크게 웃돌았죠.
물론 아직 예전 수준은 아닙니다. 음식점과 술집의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6.6% 감소한 수준인데요. 의류와 액세서리는 -11.1%, 가전기구는 -3.5%입니다. 아직 갈 길은 멀다는 뜻이죠. 그럼에도 전달 대비 상승폭이 크고 고무적입니다.
산업생산도 마찬가지인데요. 1월 미국의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9% 증가하면서 시장 전망치 0.5%를 넘어섰습니다. 고용시장도 좋아집니다. 2월 첫주(6일로 끝나는 주) 신규 실업청구 건수는 79만3,000건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를 고려하면 늘어나는 소비에 생산이 증가하고 고용시장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제임스 나이틀리 ING 파이낸셜 마켓의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지출이 모든 분야에 불을 붙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추가 현금지급을 포함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부양책이 통과되면 미국 경제를 과열 상태로 이끄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앞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내놓은 지적이 계속되는 것인데요. 그는 올 초 전미경제학회에서 지난해 현금지급으로 가처분소득이 2019년 1분기 대비 110%까지 올라와 2,000달러 규모의 추가 현금지급은 의미가 없으며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CNBC는 “물론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지만 서머스의 지적도 있다”며 “부양책이 너무 많은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준금리 인상은 없겠지만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것 알아야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물가도 오릅니다. 1월 미국 생산자물가는 1.3% 급등했는데 서비스가격이 1.3% 상승한 것이 전체 생산자물가 상승분의 3분의2를 차지했습니다. 서비스분야가 살아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한데요. 시장에서는 “생산 단계에서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다만,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기저효과 수준이냐 아니면 실제 상당폭의 물가상승으로 이어지느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계속해서 일부 물가상승이 있더라도 일시적이며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죠. 윌리엄 스프릭스 AFL-CIO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올 1월에 (개인) 소득이 돌아오면서 서비스 소비가 증가해 가격 상승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나는 연준이 이를 인플레이션의 큰 물결이 왔다고 해석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여전히 최소 2,000만명이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동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큰 폭의 인플레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많습니다.
이날 나온 연준 의사록도 비슷합니다. 의사록은 “경제 상황이 위원회의 장기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태로 이를 달성할 때까지 지금의 스탠스를 유지해야 한다”며 한동안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실제 시장에서는 누구도 올해 그리고 내년 정도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가 찾아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경제가 빠르게 좋아지고 있고 주식시장에서의 자금이탈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CNBC는 “연준은 계속 금리를 낮게 유지할 것이라고 하고 시장에서도 올해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데 아마 맞을 것이다”라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금 상황이다.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한때 연 1.33%까지 치솟았습니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는 것과는 별도로 시장이 내보내는 신호를 잘 읽어야 하겠습니다. 연준의 파격적인 조치가 없는 상황에서 계속 국채 수익률이 오른다면 이는 경제가 살아나고 있으며 완화책의 종료가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의미일 수 있으니까요.
비트코인 3사3색…블랙록 “거래시작”·JP모건 “랠리 지속불가”·스카이 “전문가 투자용 개인은 조심해야”
인플레 얘기가 나왔으나 한동안 인플레 헤지수단으로도 주목받았던 비트코인도 짚어보겠습니다. 이날 비트코인이 5만2,000달러를 넘어섰는데요.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날 월가의 주요 금융사 3곳이 비트코인에 대해 각자 다른 접근법을 내놓았다는 점인데요.
우선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날 비트코인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블랙록의 채권 분야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릭 리더는 “우리는 비트코인에 손을 담그기 시작했다”며 “변동성은 매우 크지만 사람들이 여기에서 가치를 찾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지고 부채가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 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도 비트코인에 약간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블랙록마저 뛰어들 정도로 관심이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JP모건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JP모건은 현재의 비트코인 랠리가 지속가능하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JP모건은 “지난해 9월 말 이후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7,000억 달러 증가했는데 주요 기관들의 유입액은 110억 달러에 불과하다”며 “비탄력적인 비트코인 공급과 개인투자자 증가, 투기적 거래가 (가격상승의) 원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가격시세는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게 JP모건의 판단이죠.
스카이브릿지 캐피털의 설립자인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다소 앞뒤가 안 맞는 것으로 보일 수 있는 얘기를 했는데요. 그는 “올해 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까지 갈 것”이라며 “우리는 현재 5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단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상황”이라며 “변동성이 있는 만큼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렇다 보니 우리는 하지만 너네(개인 투자자)는 하지 마라는 식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댓글에 황당하다는 식의 반응이 있었는데요.
전반적인 전후 맥락을 살피면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고 근본적인 성장성보다 수요·공급 문제로 가격이 뛰고 있으니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언제까지 오를지 궁금합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