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18일 “한일 문제는 필요하다면 미국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위안부 문제로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일 삼국 공조를 통한 대중국 압박 정책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직접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정 장관은 “지금 한일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한미 관계도 정상화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워싱턴에서 나온다”는 박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한국 정부는 그간 한일 문제를 양국 간 외교적 노력으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이 내린 ‘위안부 피해자 국가 배상 판결’에 크게 반발하며 한국 정부와의 대화를 꺼리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9일 정 장관의 취임 직후 “현안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구체적 제안을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현재까지 한일 외교장관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국 국내에서도 반일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존 마크 램지어 교수가 16일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한 후 반일 여론이 드세지고 있다. 급기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회 외통위는 이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2인이 발의한 ‘위안부 문제 등의 ICJ 회부 촉구 결의안’을 전체회의에서 상정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과거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협정에 관여한 적이 있는 만큼 미국의 개입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부통령이던 2016년 미국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위안부 협정 체결에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중재 노력을 회고하며 “부부 관계를 복원시키는 ‘이혼 상담사’ 같았다”고 말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도 지난달 27일 발간한 ‘바이든 신행정부의 주요 정책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과거 오바마 정부가 한일 간 위안부 갈등을 중재했던 것처럼 한일 관계에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