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남성 CCTV 10회 포착·경보음 2차례 울렸지만 놓친 軍

합참, 北 남성 월남사건 조사발표···감시망에 큰 허점 드러내

민통선 식별 31분만에 늑장 전파…해안철책 배수로 존재도 몰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과 철책. /고성=연합뉴스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과 철책. /고성=연합뉴스




북한 남성이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월남할 당시 우리군 감시카메라(CCTV)에 10차례 포착됐지만 군은 이를 8번이나 놓친 것으로 확인돼 경계·감시망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군은 이 남성이 해안으로 올라온 뒤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소초까지 이동해 식별될 때까지 3시간 11분 동안 모르고 있었다. 또 소초에서 포착된 지 31분 만에 주요 부서와 직위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는 등 늑장 대응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6일 동해 민통선 북방에서 신병이 확보된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와 군의 대응 조치 등에 대한 검열단의 현장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합참은 “북한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께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전방 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암석지대에 버렸다”며 “이 남성의 해상 이동은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현재 관계기관에서 합동정보조사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검열단이 해당 부대의 해안 CCTV를 확인한 결과 16일 오전 1시 5분부터 38분까지 4대의 CCTV에 이 남성이 5회 포착됐고, 상황실 모니터에 2회 경보음(알람)이 울렸다. 하지만 상황실 감시병은 이를 놓쳤고 해당 부대에서는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검열단은 북한 남성이 이동한 경로상의 다른 곳의 CCTV도 확인했다. 오전 4시 12분에서 14분 사이 동해안 최전방에 있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북한 남성이 3회 포착됐으나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인지하지 못했다. 이어 오전 4시 16분부터 18분 사이 민통선 소초 CCTV에 2회 포착되어 근무자가 식별하고 상황을 보고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 남성은 CCTV에 총 10차례 포착됐고, 군은 9번째와 10번째 포착됐을 때 이를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늑장 보고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통선 소초에서 오전 4시 16분께 남성을 식별하고 31분이 지난 4시 47분에야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주요 부서와 직위자에게 전파가 됐다.



특히 이번 현장 조사에서 북한 남성이 오전 1시 40분에서 1시 50분 사이 통과한 해안 철책 배수로는 해당 부대에서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합참은 “미상 인원(북한 남성)이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수로를 확인하기 위해 해안 수색 간에 부대 관리 목록에 없는 배수로 3개소를 식별했다”며 “배수로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고려할 때 미상 인원 통과 전부터 훼손된 상태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7월 탈북민 김모씨가 인천 강화도 월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이후 일선 부대에 수문 및 배수로 일제 점검을 지시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은 이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합참은 “현장 점검 결과 해당 부대의 상황실 간부와 영상(모니터)감시병이 임무 수행 절차를 미준수해 식별하지 못했다”며 “수문·배수로 일제 점검 및 보완대책 강구 지시에도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설명했다.

또 민통선 제진 소초 북방 7번 도로에서 북한 남성을 최초 식별한 후 22사단과 8군단의 초기 상황 판단 때 엄중한 상황임에도 안일하게 대응했고, 상황 조치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는 등 작전 수행이 미흡했다고 결론내렸다.

이에 합참은 후속 대책으로 원인철 합참의장 주관 작전지휘관 회의를 개최해 전 부대 지휘관, 경계작전 수행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할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사례를 통해 나타난 문제점을 토대로 과학화 경계체계 운용 개념을 보완하고, 철책 하단 배수로·수문에 대한 전수조사 및 보강을 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책은 그 동안 발생한 ‘노크 귀순’과 ‘철책 귀순’, ‘배수로 월북’ 등의 후속대책을 재탕한 것이어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합참은 “국방부와 합참, 육군본부 통합으로 22사단의 임무 수행 실태를 진단하고, 부대 편성과 시설, 장비 보강 소요 등 임무 수행 여건 보장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환골탈태의 각오로 근본적인 보완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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