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이후 연 0.5%로 변화가 없는데 금융사 대출금리는 올라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승인한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 방식) 평균 금리는 2.84%로 나타났다. 금리는 지난해 8월까지 만해도 2.51%였지만 0.3%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신용대출의 금리 상승 폭은 더 가파르다. 지난달 3.05%(서민금융상품 포함)로 5개월 만에 0.54%포인트나 뛰었다. 마이너스통장 대출 역시 1월에 나간 대출액 평균금리는 3.15%를 기록하며 같은 기간 0.42%포인트 올랐다.
만약 지난해 8월 시중은행에서 1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이라면 당시 평균 금리(2.51%)를 적용할 시 한 달 이자가 20만 9,000원이다. 하지만 지난달 신용대출로 같은 1억원을 받았다면 적용 금리는 3.05%로 올라 한 달 이자는 25만 4,000원으로 약 4만 5,000원이나 차이가 난다. 1년이면 54만 원이다.
이는 금융사 대출금리 산정 기준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아닌 금융채,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이기 때문이다. 이들 금리는 한국과 미국 국채금리 등 전 세계 채권금리와 연동돼 움직이고 최근 한미 국채금리는 전 세계적인 물가 반등, 한미 정부의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출구전략 가능성 등으로 오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용대출만 놓고 보면 대부분이 은행채(무보증 AAA) 6개월, 1년물을 기준금리로 활용한다. 가령 은행채 6개월물 금리는 23일 0.757%(민평평균 기준)로 지난해 7월 30일 0.617%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또 은행이 각종 우대금리를 없앤 영향도 있다. 연말연초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을 뚫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가 늘자 금융감독당국은 은행에 속도조절을 주문했고 은행들은 각종 우대금리를 없애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돈 줄을 조였다.
주담대 금리의 경우 은행채나 코픽스와 연동된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주요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금리가 변동되는 것에 따라 변화한다. 실제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해 8월 0.8%에서 지난해 12월 0.9%까지 오른 후 올해 1월에는 0.86%로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지난해 여름보다는 올랐다.
이에 따라 가계 대출 금리 분포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12월 예금은행이 내준 대출 중 금리가 2% 미만인 ‘초저금리’ 대출 비중은 10%로 전월에 비해 3%포인트 하락하며 6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예금은행 가계대출 ‘대세 금리선(線)’도 2% 초반에서 후반으로 이동했다. 지난해 8월 실행된 대출액 중 2.0% 이상~2.5% 미만의 비중이 52.8%로 가장 많았지만 12월에는 2.5% 이상~3.0% 미만 비중이 42.1%로 제일 많았다. 3.0% 이상~3.5% 미만 비중도10.4%를 나타내며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