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신한은행은 당시 행장이 회의 석상에서 “모바일 앱을 다 뜯어고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이제 막 시작한 인터넷 은행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모바일 환경을 보고 ‘리딩 뱅크’의 자존심이 상한 탓이다. 당시 신한은행은 S뱅크를 기반으로 써니뱅크 등 다양한 앱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카카오뱅크의 단순하고 편리한 기능을 따라가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이후 6개월여가 지난 2018년 2월 기존 앱을 통합하고 전면 개편한 ‘신한 쏠(SOL)’을 출시했다.
신한 쏠은 3년간 가입자 1,300만 명을 모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한층 개선된 기능으로 소비자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도 했다. 다양한 반응이 있지만 앱 사용자의 평가는 인색하다. 신한 쏠은 5점 만점으로 평가하는 앱 스토어와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각각 2.1점과 3.3점을 받는 데 그쳤다. 카카오뱅크는 각각 3.6점과 4.4점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KB(KB스타뱅킹)·하나(하나원큐)·우리(우리WON뱅킹)·농협(올원뱅크) 등 5대 시중은행으로 범위를 넓혀도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앱 스토어에서 하나원큐(3.7점),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 KB스타뱅킹(4.4점)이 유일하다.
설 연휴에 우리 국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사상 초유의 ‘랜선 세배’라는 문화를 경험했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비대면 상황에 맞게 세뱃돈을 주기가 쉽지 않았다. 주는 입장에서는 고민이 컸지만 받는 사람들은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만 14세 이상 청소년을 비롯해 대학생들은 십중팔구 토스나 카카오뱅크 미니로 돈을 요구했다. 평소 토스나 카카오뱅크를 쓰지 않았던 사람들도 조카들 때문에 토스를 처음 사용했다거나 카카오뱅크를 이용해 세뱃돈을 보냈다고 한다.
이른바 MZ세대는 왜 토스나 카카오뱅크 미니로 세뱃돈을 받았을까. ‘편리함’ 때문이다. 시중은행 앱처럼 쓸 데 없이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원하는 기능을 사용하기 쉽고 사용자 인터페이스(UI), 사용자 경험(UX)은 직관적이다. 토스의 앱 평가 점수는 앱 스토어 4.5점, 구글플레이 스토어 4.2점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유일하게 양대 앱 마켓 모두 4점 이상이다. 빠른 시간에 1,800만 가입자를 모은 이유를 알 수 있다.
마케팅의 기본으로 흔히 ‘유저 프렌들리(User friendly·사용자친화적)’ 환경을 언급한다. 시중은행은 MZ세대까지 잡으려고 생활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딱 질색이라는 요즘 세대가 과연 더 편한 음식 배달 앱을 두고 은행 앱에서 음식 배달을 시킬지 의문이다. 어렵고 불편하면 주저 없이 ‘앱삭(앱 삭제)’하는 게 MZ세대다. 은행들은 고객들이 정작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우선 아닐까.
/김광수 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