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마지막 칼럼이다. 기고를 수락할 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의 대한민국’ 같은 미래지향적 주제를 다루려 했는데 연초부터 문재인 정부가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이슈를 다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현안에 치우친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매회 소재는 달라도 핵심 주제는 다르지 않았다. 이 정부의 ‘독선’ ‘독재’, 그리고 그 주체들의 ‘위선’이 그것이었다.
진보 좌파와 독선은 그럴싸한 조합이지만 독재와는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독재는 독선과 원래 잘 어울리는 한 쌍이기에, 진보 좌파는 독선을 통해 독재와 연결된다. 소위 ‘민주화 운동가’ 정부도 독선과 독재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운동가’의 강점인 포퓰리즘까지 추가해 내분과 탄핵으로 피폐해진 보수 우파를 손쉽게 진압했다. 간헐적 반대 목소리는 백운규 전 장관의 ‘너 죽을래’처럼 내부적으로 또는 ‘양념’, 즉 대통령 지지층의 디지털 폭력 같은 외부 힘을 동원해 제압됐다. 사법부 수장마저 나치 인민 법원장 수준으로 전락한 순간 법치주의(rule of law)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로 완벽하게 대체됐다. 지난 정부의 ‘적폐’를 앞장서 수사했던 검찰총장도, 대통령의 20년 지기 수석도 대통령과 엇간 순간 파리 목숨이 됐다. 이제 ‘문재인 보유국’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며 개인숭배 단계로까지 넘어가려 한다. 독선은 원래 위선과 한 몸이다. 선악 기준의 객관화를 거부하는 독선은 위선과 불가분적으로 연결된다. 지난 정부 리스트는 블랙리스트고, 이 정부 리스트는 정당하다. 본인들은 강남 아파트에 살아도, 서민은 그럴 필요가 없단다. 자기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특목고를 보내지만, 다른 아이들은 원할 자유조차 막는다. 지난 정부 수석의 사표 항명은 대통령이 사과할 일이고, 문 정부 수석의 사표 항명은 대통령이 화낼 일이다. 이토록 편리한 위선을 계속하려면 더 큰 독재가 필요하다. 결국 독선·독재·위선은 서로 삼위일체다.
머지않아 이 정부의 만능 카드인 코로나19도 종식되고 시야를 흐렸던 촛불과 탄핵의 막도 벗겨질 것이다. 처참한 몰골의 대한민국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사회를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청와대·정부는 조용한 다수를 두려워해야 한다. 눈앞의 선거 승리가 아닌 백년대계를 고민해야 한다. 국회도 야당을 존중해야 한다. 거대 여당은 입법을 전쟁 삼는 태도를 버리고 타협을 덕목으로 삼아야 한다. 사법부는 청와대·여당이 아닌 국민과 자신의 양심만 두려워해야 한다. 사실 이 모든 것은 대단하거나 별난 게 아닌 그저 정상국가의 모습이다. 그러나 정상성이 다 무너진 오늘, 그것을 다시 회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주권자인 국민이 냉정한 이성의 눈으로 사물을 보기 시작해야 비로소 정상화도 시작된다. 우리 국민의 이성을 믿는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