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형 펀드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정적으로 현금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단기 회사채 펀드를 중심으로 돈이 몰리면서다. 일각에서는 최근과 같은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투자 자금이 위험 자산에서 채권으로 본격 이동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에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총 1조 5,125억 원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국공채·회사채 상관없이 신용 등급 BBB- 이상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일반 채권’ 펀드에는 최근 1개월 사이 6,279억 원이 순유입됐다.
지난 1년간 이 펀드의 설정액이 1조 8,893억 원 감소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회사·국공채에 대한 투자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 회사채를 주로 담는 회사채권 펀드 설정액도 1,739억 원 증가했다.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형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실제로 일반 채권 펀드와 투자 대상은 비슷하지만 만기 1년 미만 단기채 비중이 높은 ‘초단기채권’ 펀드에도 최근 한 달 동안 7,168억 원이 들어왔다. 지난 1개월 사이 전체 국내 채권형 펀드 중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펀드는 총 3,425억 원이 들어온 우리단기채권펀드였다.
우량 등급 채권에 관심을 기울이되 만기가 짧은 상품 위주로 ‘방망이’를 짧게 쥐는 경향이 나타나는 셈이다. 이는 최근 국내외 증시가 요동친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 불안을 피하기 위해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장중 한때 연 1.6%를 돌파하는 등 금리 상승 불안 역시 커지고 있어 장기채 투자에는 부담이 크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시장금리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금리 상승 국면에 잘못 투자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변동성 장세에서 단기채 펀드가 일종의 투자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안정성이 높으면서도 예금 금리보다 1%라도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이동했다”며 “특히 만기가 짧은 채권을 주로 담는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과 같은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지 주시하는 모습이다. 금리가 일정 임계치에 도달하면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연 1.966%까지 오르며 연 2%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채권 자체가 하나의 매력적인 투자 대안으로 인식되면서 시중 자금이 이자부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이자율에 민감한 장기채를 금리 고점에 산 후 금리 하락기에 팔아 추가 자본 이득을 볼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미국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연 1.8%, 우리나라 10년물 금리가 연 2% 수준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해외 채권형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국내 채권형 펀드와 다르게 환변동 특히 해당 펀드가 환헤지(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 분산)를 실시하는지 따져야 한다. 국내에 있는 해외 채권형 펀드는 대부분 달러를 활용해 환헤지를 하고 있다.
일부 펀드는 일부러 환변동에 노출되게끔 설계하기도 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 채권 가치 변동보다도 환변동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년간 가장 높은 성과를 기록한 해외 채권형 펀드는 13%대의 수익률을 거둔 블랙록 차이나 채권 펀드다.
미국 시장에 상장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도 고려할 수 있다. 미국 시장에는 SHY(미국 1~3년물 국채), IEF(미국 7~10년물 국채), TLT(미국 20년물 이상 국채) 등 미국 국채 관련 상품뿐 아니라 ANGL·JNK 등 하이일드 채권 ETF, VCLT·LQD 등 미국 회사채 관련 ETF도 상장해 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