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지난 200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2년 만에 총 2,437세대의 주거단지로 변신한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재개발 정비사업의 사업시행계획 인가가 고시됨에 따라 본궤도에 오른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기존 주민들의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 공급을 하는 ‘상생형 주거지 재생’을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국 최초로 ‘주거지 보전사업’ 유형을 도입해 백사마을 고유의 주거 문화를 간직한 지형과 골목길·계단길 등 일부 원형을 보전하기로 했다. 주거지 보전 사업은 백사마을 전체 부지 가운데 공공 임대주택 건설이 예정된 4만 832㎡에 추진된다. 나머지 부지 14만 6,133㎡에는 노후한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최고 20층의 아파트 단지 및 기반 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노원구 불암산 자락에 자리한 백사마을을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린다. 지난 1967년 도심 개발을 위해 청계천·영등포 등에 살던 철거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며 마을이 형성됐다. 하지만 주거환경이 열악해 사실상 난민촌에 가까웠다.
1980년대 이후 다른 이주 정착지들이 아파트 단지로 변모하는 동안에도 백사마을은 개발제한구역에 묶여 재개발 사업은 오랜 기간 중단됐다. 그 사이 백사마을에 들어선 주택들은 지은 지 50여년이 지나 노후화되고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됐다.
백사마을은 오는 2025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현재 주민 이주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 시공사를 선정하고 내년 관리처분계획 인가 후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내 건축물이 50여 년 이상이 지나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2019년 8월부터 위험 건축물 거주자 중 이주 희망자를 대상으로 임시 이주를 추진 중이다. 현재 전체 597가구 중 약 66%인 394가구가 이주를 완료했다.
서울시는 백사마을만의 차별화된 창의적 건축 디자인이 나올 수 있도록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를 위해 전체 부지를 총 28개 영역(공동주택용지 5개, 주거지보전용지 23개)으로 나눴다. 총 15명의 건축가를 배치해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건축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특히 주거지 보전사업 구역은 일조권, 조경, 대지 내부 공지 등 관련 규정을 대폭 완화했다.
류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은 “백사마을은 재개발로 인한 기존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도심 내 대규모 주택공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생형 주거지 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며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재생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 하고 적용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윤선 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