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박형준 예비 후보가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선출된 것은 중도 지지층의 폭발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보수층을 공략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중도층의 표심을 적극 공략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4일 국민의힘 보궐선거 경선에서 오 후보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배경은 30%에 달하는 무당층이 중도 외연 확장을 내세운 오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지지 정당을 고려하지 않은 100% 일반 시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최종 후보에 대한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오 후보가 41.64%의 득표율을 기록해 나 후보(36.31%)를 5%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나 후보가 여성 가산점(득표율의 10% 가산)까지 받은 점을 고려하면 오 후보가 약 9%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오 후보 측의 캠프 관계자는 “이번 선거는 중도 지지층을 얼마나 흡수하느냐에 달려 있어 경선 초반부터 중도를 공략했다”면서 “30%에 달하는 무당층이 중도를 표방한 오 후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오 후보는 경선 기간에 나 후보를 ‘강경 보수’로 몰아세웠다.
이 같은 여론조사 분위기는 부산시장 경선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박형준 후보(54.40%)는 박민식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본인을 추격하던 이언주 후보(21.54%)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선출됐다. 눈에 띄는 점은 경선 내내 최약체 후보로 평가받던 박성훈 후보(28.63%)가 이 후보를 7%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2위를 기록한 것이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진행하자 ‘보수 여전사’를 자처하고 경선 기간 내내 강성 발언을 이어갔던 이 후보가 외면받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박 후보는 ‘중도 보수’를 내세워 경쟁했다. 국민의힘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자동응답(ARS)이 아닌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는 ‘지지 후보가 없음’으로 답한 응답자에게 한 번 더 최종 지지 후보를 묻는다”며 “결국 보수 색채가 강한 후보보다는 거부감이 덜한 중도 성향의 후보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를 ‘정권 심판’ 선거로 규정하고 승리를 다짐했다. 오 후보는 “정권 심판의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후보는 “견제받지 않은 잘못된 권력 횡포로 인해 빚어진 이 선거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국민이 보여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오 후보는 최종 후보로 선출됨과 동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돌입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양측의 신경전도 앞으로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가 이날 후보 확정 뒤 “반드시 단일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히자 안 후보도 이에 “가급적 빨리 만나도록 의논하겠다”고 화답하면서 단일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확인했다. 하지만 중도 지지층이 겹치는 두 후보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을 위한 실무 작업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 후보와 안 후보는 최종 단일화를 위한 TV 토론 주제와 방식·횟수는 물론 여론조사에 포함될 질문 문항을 두고도 주도권 싸움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두 후보의 단일화 줄다리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서울시장 후보를 등록하는 18~19일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