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웃집 경찰관]“보복운전 예방? 이것만 기억을”···‘교통범죄 베테랑’의 솔루션

■서울 노원경찰서 양호석 형사4팀장

형사기동대로 입직한 뒤 뺑소니사고 검거 전담

블랙박스도 없던 시절 사고감정사 자격증 도전

교통범죄전담팀 신설부터 각종 기획수사 맡아

“끼어들기 할 때 비상등만 켜도 보복운전 막아”

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양호석 경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이호재기자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양호석 경감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이호재기자




180㎝에 가까운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서울 노원경찰서 형사과 양호석(56) 경감의 첫 인상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범인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이는 강력계 형사의 전형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의 경쟁력은 형사분야에서 쌓아온 남다른 수사감각과 운동역학 등 다방면의 지식을 두루 필요로 하는 교통범죄 수사에 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교통범죄에 맞서 일선 경찰서마다 신설된 교통범죄수사팀의 팀장을 맡은 양 경감은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교통범죄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해왔다.



1992년 형사기동대에서 경찰 생활의 첫발을 뗀 양 경감은 2005년부터는 교통조사과 내 뺑소니 차량을 검거하는 팀의 반장을 맡았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지금과 달리 각종 교통범죄·사고 수사의 기초공사 역할을 하는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결국 그는 수사 전문성을 갈고닦기 위해 도로교통사고감정사 공인자격증에 도전했고, 두 번 만에 취득에 성공했다.

형사와 교통 양쪽 파트에서 두루 경력을 쌓아온 양 경감은 2013년 큰 결심을 하게 된다. 당시 교통사고를 가장한 보험 사기와 폭주족 범죄가 기승을 부리자 서울경찰청은 일선 경찰서마다 교통범죄수사팀을 신설했다. 양 경감은 오랜 고민 끝에 교통범죄수사팀장을 맡게 됐다. 그는 “어느 조직이든 신설된 곳은 다들 꺼리지 않느냐. 저도 하던 업무를 편하게 계속할 수도 있었다”면서도 “그래도 뺑소니반에도 있었고, 교통사고 조사도 해본 터라 차량 범죄 관련 기획수사를 해볼 수 있겠다는 매력에 이끌려 덜컥 팀장직을 수락했다”고 회고했다.

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양호석 경감이 본지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호재기자서울 노원경찰서 소속 양호석 경감이 본지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양 경감의 말처럼 신설된 팀에는 기대 섞인 시선이 쏠리는 법. 그 역시 적잖은 부담감을 느끼며 어떤 수사를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 뉴스의 한 장면이 시선을 빼앗았다.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불법으로 개조된 활어수송차. 대략 봐도 활어를 실은 수조가 아슬아슬하게 차에 얹힌 형국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인터넷 등 여러 통로를 통해 기초 조사를 했고 과거에도 불법 개조된 활어수송차 사고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양 경감은 “당시 다른 보험사기 건을 수사 중이었는데 이 사건이 더 급하다고 봐 보험사기 건을 잠시 접어뒀다”며 “미사리·부천의 활어 유통업체, 노량진 수산시장 등으로 수사 범위를 늘려가다 보니 대규모 조직을 통해 범행이 저질러지는 걸 알게 됐다. 상상 못할 정도로 큰 규모의 트럭을 오징어 배송용 활어차로 개조해 낮에는 산속에 숨겨놓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결국 양 경감은 불법 수조 개량회사 여러 곳을 압수수색했고 이들 뿐만 아니라 활어 유통업자, 자동차 불법개조업체 등을 수사해 총 37명을 검거했다. 그 이후 도로에서 사라진 불법개조차량을 떠올릴 때마다 마음 속 깊이 뿌듯함을 느낀다. 이 밖에 고급 외제차들의 초고속 레이싱 사건, 고급차를 동원한 보험사기 사건, 각종 대포차 유통사건 수사 등도 양 경감의 손길을 거쳤다.

다수의 기획수사를 통해 각종 교통범죄를 섭렵해온 양 경감이 최근 주목하는 것은 보복운전이다. 양 경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다보니 보복운전도 잦아지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대책은 무엇일까. 처벌강화나 양보운전 같이 뻔한 대답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에 돌아온 답은 예상 외로 간단하고 실천적인 해결책이었다. 그는 “보복운전 피의자들을 조사해보면 공통점이 있다”며 “다들 너무 화가 났지만 상대 운전자가 ‘비상등이라도 켰으면 이렇게는 안 했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분 1초가 바쁜 세상에 어떻게 난폭운전이나 끼어들기 자체가 없어질 수 있겠나. 불가피하게 끼어든 다음에라도 딱 3초만 비상등을 켜보자. 장담컨대 보복운전은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