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를 이유로 해직된 근로자가 회사에서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통지받지 못했다면 부당 해고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최근 다른 판결에서 저성과를 해고 사유로 인정한 대법원이 이번에는 상반된 판단을 내렸다. 저성과자 해고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법원 2부는 현대중공업 직원 A 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미국 변호사 A 씨는 지난 2009년 11월 현대중공업과 1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국제법무팀에서 근무했다. 이후 A 씨는 무기한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2011년 이후 근무 평가에서 계속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현대중공업은 2015년 1월 A 씨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고용계약 당시 체결했던 “회사가 원고를 해고하려면 2개월 전에 통보하거나 2개월분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A 씨는 회사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를 따르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 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A 씨에게 보낸 해고 통지서에 해고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
원심은 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해고 전 회사가 A 씨에게 근무 능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충분히 했다는 판단이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낮은 평점이 나오자 임원들과 인력개발팀 부장이 사직을 권유한 이력이 있다”며 “계약 해지 통지서에 해고 사유가 기재돼 있지 않다고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2심은 회사의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단도 했다. 2심 재판부는 “회사가 1년간의 근무 능력 향상 기회를 줬지만 A 씨는 다시 최저 수준의 근무 평점을 받았다”며 “지속적이고 현저한 근무 성적 불량은 근로계약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A 씨의 낮은 성과와는 별개로 회사가 해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봤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취지를 고려하면 원고가 해고 사유를 알고 있다고 해도 회사가 서면 통지하지 않은 것은 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