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단침입하고 '형제복지원 사건' 왜곡…흉가체험 유튜버 극성

폴리스라인 뚫고 실로암의 집 무단침입

형제복지원 사건 발생 장소처럼 설명

진실화해위 재조사 앞두고 자료 훼손 우려

한 BJ가 부산 기장군 실로암의 집에 침입해 흉가 체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처한 BJ가 부산 기장군 실로암의 집에 침입해 흉가 체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인터넷 개인 방송 진행자(BJ)와 유튜버들이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중요한 자료가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에 무단침입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일부 BJ는 이 건물이 형제복지원 사건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음에도 마치 이곳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처럼 방송해 논란이 일고 있다.

9일 흉가 체험을 콘텐츠로 하는 한 아프리카TV 개인 방송 BJ는 최근 '마구잡이로 사람을 잡아다가 무슨 짓을 한 거야'라는 제목으로 해당 건물에서 찍은 영상을 아프리카 TV와 유튜브에 방송했다. 영상 썸네일(미리보기)에는 '형제복지원 아이들 영정사진 대체 아이들까지'라는 제목이 적혀 있다. 이 BJ는 폴리스라인을 뚫고 들어가 폐허로 변한 건물 곳곳을 촬영하며 소개했다. 영상에는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아이들 영정사진, 형제복지원 관련 문서 등이 담겨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는데 대부분의 네티즌이 이곳을 형제복지원 사건이 일어난 장소로 생각했다.



이곳에서 촬영된 영상은 이뿐만이 아니다. 아프리카TV와 유튜브에서 형제복지원 폐가 체험을 검색하면 관련 영상이 여러 개 나온다. 현재까지 3~4명의 BJ가 이곳을 찾아 흉가 체험 콘텐츠를 제작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부산 기장군 실로암의 집이다. 실로암의 집은 느헤미야 법인(옛 형제복지원 법인)의 해산 절차로 2016년 폐쇄된 중증장애인 시설이다. 이 건물은 법인해산과 함께 매각돼 현재 민간 의료법인 소유로 돼 있다. 이곳이 주례동에 위치했던 형제복지원(1975~1987)과 같은 법인에 의해 운영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인권 유린이 발생했다는 증거나 조사 내용은 현재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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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BJ가 부산 기장군 실로암의 집에 침입해 흉가 체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처한 BJ가 부산 기장군 실로암의 집에 침입해 흉가 체험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유튜브 캡처


다만 법인이 보관해온 형제복지원 관련 자료들이 이곳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BJ들이 이 건물에 무단침입해 자료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해당 영상을 보면 내부가 낙서 등으로 심하게 훼손 돼 있다. 이 같은 무단침입으로 자료가 훼손될 경우 형제복지원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어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실로암의 집에는 그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입소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내복이나 옷가지, 관련 서류들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곳이 사유시설이라 현재 지자체조차도 자료 확보를 위한 출입이 여의치 않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해 통과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개정안에 따라 재출범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1호 사건으로 재조사를 앞두고 있다. 부산 기장 경찰서는 최근 한 유튜버가 실로암의 집에 무단 침입했다는 신고를 접수 받고 해당 영상 등을 토대로 건조물 침입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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