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미술품은 물론 한정판 운동화 한 켤레를 십시일반으로 함께 구매해 매각 시 수익을 나누는 ‘조각 투자’가 확산하고 있다. 투자 가치가 높지만 가격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했던 자산을 잘게 쪼갬으로써 새로 유입되는 소액 투자자의 뉴머니를 흡수하기 위한 시도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정판 운동화, 명품 시계를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구매하고 매각 시 지분율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 ‘리셀 조각 투자’ 플랫폼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가 스니커즈·미술품에 공동 투자하는 소투(SOTWO)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스타트업 바이셀스탠다드는 명품 시계에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는 서비스 ‘피스’를 이달 출시했다. 2030세대의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는 ‘리셀(신발, 명품 백에 웃돈을 얹어 비싸게 되파는 방식)’에 ‘공동 구매’ 개념을 더한 것이 이들의 사업 모델이다. 젊은 층을 저격하기 위해 최소 투자 단위를 1,000원으로 대폭 낮춘 소투는 일간이용자수(DAU)가 한 달 반 만에 1.5배가량 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한 점당 가격이 기본 수백만 원에 달해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미술품도 ‘조각 투자’라는 방식을 통해 빠르게 젊은 층을 파고들고 있다. 작품 하나를 쪼개 파는 갤러리가 등장한 지는 오래됐고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미술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 사업을 하는 아트앤가이드는 최근 1년간 3억 9,000만 원의 미술품 공동 구매 거래를 진행했는데 1,490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값비싼 미술품에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에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관심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체 투자처뿐 아니라 증권 업계도 2030의 뉴머니를 끌어오기 위한 방도로 소수점 매매 도입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증권가는 젊은 층의 투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은 물론 목돈 없이도 우량주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자산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식 제도화 전에 샌드박스를 통해 사전 운영을 허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조각 투자는 기업 이익을 사회 전반과 공유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과 맞물리는 측면이 있다”며 “미술품 소수점 매매는 부동산 등 유동성이 부족한 실물 자산을 (디지털 자산 형태로) 쪼개서 수익을 나누는 증권형토큰(STO)의 일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