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 말로 하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파문이 정권의 명운마저 위태롭게 할 조짐을 보이자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외치고 있다. 정세균 총리가 11일 ‘부동산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2일 “정부는 부동산 범죄와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투기 의혹의 불똥은 이제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부천시 고강동 밭 등을 지인과 절반씩 지분을 나눠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의 부인은 2017년 경기 평택시 논을 사들였는데 해당 논은 28명이 공동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모친, 김경만 의원의 배우자, 김주영 의원의 부친도 신도시 인근 지역 등의 토지를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의원들은 투기 의혹을 부인했으나 시민단체들은 투기 혐의로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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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의 셀프 조사는 빙산의 일각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1차 조사에서 LH와 국토교통부 직원 1만 4,000여 명 중 시민단체가 폭로한 13명 외에 7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추가 확인했을 뿐이다. 공직자 본인의 실명 거래만 조사하고 가족과 차명 거래를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맹탕 조사’라는 비난이 들끓자 결국 여당은 특별검사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하지만 특검은 구성에만 2개월가량 걸린다. 야당과의 정쟁으로 물타기를 하고 4월 보선 이후로 시간을 끌려는 속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투기와의 전쟁’을 불사할 각오라면 수사 경험이 있는 검찰 주도로 투기 의혹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것은 지름길을 버리고 돌아가자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차명 투기 의혹까지 파헤치려면 수상한 토지 거래를 중심으로 계좌를 추적해 실소유자를 찾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물타기와 시간 끌기 등의 꼼수와 사의를 표명한 변창흠 국토부 장관을 경질하는 꼬리 자르기로 덮고 넘어가려 한다면 분노한 민심을 들끓게 하는 ‘국민과의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양산 사저를 둘러싼 야당의 형질 변경 공세에 대해 “좀스럽고 민망스럽다”고 말했는데, 이런 자세로는 투기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없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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